교회, 마을의 마당이 되자 (3)마을이 사는 교회 목회 이야기

교회, 마을의 마당이 되자 (3)마을이 사는 교회 목회 이야기

[ 특집 ]

송기섭 목사
2016년 04월 12일(화) 13:56

송기섭 목사
꿈마을공동체 대표ㆍ벽제벧엘교회

필자는 '하나님 나라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22년째 도-농 복합지역으로 화장터와 통일로가 있는 전원마을 벽제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목회철학은 '하나님 나라와 지역사회 그리고 공동체의 삼위일체적 연합과 성육신적 내어줌'인데, 어린시절 동네 어귀에 있었던 교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신학적 배움을 통해 생겨난 교회론보다 먼저 필자의 교회관을 형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에 맞춰진 교회의 역할은 유년시절 성장배경이자 인격 형성의 수원지였다.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시험기간이든 주말이든 교회는 동네 아이들의 공부방이고 놀이터였다. 일명 플랫폼이었다. 마을의 신실한 살림꾼들, 두레를 이끌고 새마을 사업을 이끄는 동네 촌장과 일꾼들은 교회의 어른들이었다. 당시 교회는 마을의 마당이었고 삶의 현장이고 살림터였다. 겨울에는 자기 집 김장을 하기 전에 교회 김장부터 했고 자기 집 헛간에 나무를 채우기 전 교회 창고에 겨우내 쓸 장작을 준비했다. 여름이 오기 전 마을길 청소는 물론, 농가의 화장실 소독은 교회 청년들의 몫이었다. 나이 드신 여전도사님은 이른 봄부터 시린 손을 비비며 들에 나가 쑥을 캐 보릿고개에 굶주리는 가정에 쑥버무림, 쑥떡을 나눠줬고 굶주린 동네 아이들의 유모 역활을 했다. 

교회가 마을 사람들의 삶의현장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가족이 됐고, 3세대의 삶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는 마을교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이런 삶의 현장인 교회에서 자란 신앙인들에 의해 세워졌다. 그런데 이 마을교회가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왜곡되고 생태계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마을사람들을 위해 '꿈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소개한다.

시민자원봉사동아리
교회가 주관하는 지역 사회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교회와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연대해 수급자들과 차상위계층을 위한 무료급식과 도시락 배달, 청소년 상담센터 운영을 2008년 10월부터 마을의 중심지에 임대한 200㎡의 공간에서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고양시의 유수한 시민단체들과 교회 및 성당은 물론, 여섯 곳의 사찰까지 참여해 종교를 초월한 봉사단체로 유명세를 얻게 됐다. 

꿈마을공동체
마을 생태계 조성과 마을 회복운동이 마을단위로 필요했다.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3세대가 소통하는 공간과 동아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을의 시의원, 적십자 회장, 주민자치위원장, 우리 교회의 장로님과 함께 마을사랑공동체를 만들고 교회의 모든 시설을 개방하기로 했다. 나는 간사로서 실무를 맡았다. 그 동안 교회밖에서 얻은 신뢰 덕분인지 교회 안으로 들어왔지만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는 놀라웠다. 이제 교회가 플랫폼이 되고 마을의 어르신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마을공동체를 운영해 가고 있다.

마을운동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다. 마을 단위 골목 단위의 마을경제를 살리는 공유경제 커뮤니티 조성사업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을공동체가 필요했다. 결국 마을동아리가 사회 경제와 협업해 일자리를 만드는 마을기업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했다. 

꿈 마을농장은 친환경 상추와 명월초 생산을 통해 70~80대 노인들의 일자리 및 소득과 연결된 생산과 판매를 겸하는 마을기업형태의 조직이 됐다. 다양한 동아리들을 통한 마을 회복운동도 전개됐는데, 섹소폰, 기타, 꽃잎차, 나는 가수다, 행복한 밥상, 웰빙, 텃밭 동아리 등을 통해 마을은 생동감이 넘치고 이웃 간의 관계도 회복됐다.

주식회사 피플월드 
공유경제커뮤니티 조성사업을 통한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한다.

마을의 복지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는 마을 사랑공동체와 꿈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있다. 노인 인생이모작센터운영을 통하여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한다.

목사로서 사회사업가로서 사회적경제협회에 들어가 부회장으로 활동하여 또 다른영역의 마을운동을 진행하고자 한다.

마을만들기 네트워크운동
교회와 세상 속에서 마을운동을 통해 마당의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행하는 네트워크운동에 참여하고 이끄는 역할도 필요했다. 마을만들기 네트워크운동과 고양시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안에서의 활동을 통해 종교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있다.

거버넌스(공공경영) 참여
필자는 민간 전문가로 시정에 참여할뿐 아니라 구체적인 거버넌스 기구에 들어가 활동을 하고있다. 2012년에는 고양시 주민참여단 여성복지 참여단장으로, 2014년에는 고양시정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으로, 현재는 마을공동체위원으로 참여해 마을운동의 전문가로 활동하고있다. 또한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심부름꾼으로 좀더 폭넓은 사역을 펼칠 기회도 맞고 있다.

목회와 마을운동 그리고 사회 경제활동에의 참여를 통해 교회가 마을의 플랫폼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동역자들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교회는 예수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찢어 나누심같이 세상에 나눔의 현장이 돼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가 오라(come-structure)는 구조에서 나가(go-structure)는 구조로 바뀔 것이며, 마을의 마당역할을 통해 성육신적 나눔의 삶을 살 것인가? 

방법은 우리가 마을로 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와서 복음을 들으라는 구조에서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나가서 예수님이 성전에서 나오셔서 갈릴리의 어부들에게, 가버나움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마을에서 성육신적 삶을 사신 것처럼 우리도 마을에 나가서 복음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그들의 마당처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교인들의 예배와 친교, 양육의 장소에서 마을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며 마을의 문제를 가족들의 문제로 해결하는 마당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교회의 인프라를 이용해 소통할 수 있도록 교회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교회의 공간을 내어주는 최소한의 희생으로부터 마을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까페, 미용실, 교육관, 본당은 지금 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안전한 공간이다.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이 안전하게 만나고 이웃을 만들어갈 공간을 교회가 그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마을을 위한 의도된 생태계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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