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마을의 마당이 되자 (1)이젠 '마을목회' 시대

교회, 마을의 마당이 되자 (1)이젠 '마을목회' 시대

[ 특집 ] "마을에 필요한 건, 城이 아니다"

한국일 교수
2016년 03월 30일(수) 10:14

한국일 교수
장신대

최근 '지역 마을목회'를 주제로 목회자 세미나를 연 총회는 앞으로도 마을목회 사역을 더욱 권장할 계획이다. 마을 목회란 잃어버린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그것을 기초로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우리는 과거에 모두 마을에 살고 있었다. 마을은 행정구역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담고 있는 공동체이며 우리가 터잡고 살아가는 가장 실질적인 삶의 현장이자 소통의 공간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급격한 도시화 과정은 전통적인 마을을 해체했고, 같은 시대에 교회의 급성장은 지역교회를 정체성과 지역성을 상실한 개교회로 전락시켰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와 교회가 마을의 회복을 갈망하는 이유이다.

교회가 급성장하기 이전인 1960년대까지 지역교회는 마을의 교회였고 성도는 지역의 주민이었다. 1970년대부터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교회는 모든 관심과 역량을 교회 안으로 집중해 교회를 규모와 숫자로 성장시켰지만 결과적으로 교회의 지역성을 상실하고 지역으로부터 고립과 단절을 초래했다. 

한마디로 교회는 '지역에서 전도는 하지만 지역에 관심은 없는 교회'가 되었다. 지역성을 상실하고 개교회로 존재하면서 한국교회는 오늘날 선교는 물론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도의 열정을 뒷받침해 준 보이지 않는 지역과의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선교활동은 보이는 차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회 중심의 목회를 지역 마을목회로 전환해야 하는 근거를 살펴보자. 
첫째,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하나님이 사랑하고 일하는 세상의 구체적인 영역이다(요 3:16). 한국교회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구원의 방주적 교회론을 강조한다.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분리된 교회론'이나 건물 중심의 현실주의적 교회론은 지역사회로부터 교회의 분리를 촉진시켰다. 하나님의 선교 현장이며 교회와 성도의 파송 현장으로서 지역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성장기에 고착된 모이는 교회 중심의 형태는 현재와 같이 침체와 저성장 시대에는 더 이상 적합한 목회 패러다임이 아니다. 선교 전략적으로도 지역이 교회로 오기(come-structure)를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교회가 지역과 마을로 나가는 선교적 목회(go-structure)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으로부터 단절을 극복하고, '친교 없는 선교'에서 '친교 안에 선교' 활동을 추구해야 한다. 

교회를 본질적 차원에서 볼 때 교회는 근본적으로 세상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세상 속에 거하며, 세상을 향해서 나가는 선교적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회론에 근거해 목회현장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교회 안에 갇힌 목회로부터 지역사회를 향해 열린 선교적 목회를 추구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이 필요하다. 

세상과 함께하며 세상 속에서 활동하는 교회의 선교적 본질은 바울 교회론의 핵심인 에베소서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니라(엡 1:23)" 바울은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로 이해하면서 그리스도와 세상(만물)과의 관계에서 본질을 설명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충만함이며 그 생명으로 인해 세상을 충만하게 하는 약속의 공동체이다. 이 말씀을 교회와 지역(세상)의 관계에 적용하면 적어도 세 가지 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 활동(doing)하기 전에 지역과 함께하는 선교적 존재(being)이다. 지역에 속한 교회로서 지역을 선교와 목회의 영역으로 회복한다. 이러한 선교적 관계 위에 교회에 약속한 그리스도의 충만함이 다양한 형태로 지역 속에 실현돼야 한다. 둘째, 교회는 지역사회와 소통과 대화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지역교회는 전도와 같은 특별한 활동만이 아니라 평상시에 지역사회 또는 주민들과 소통하는 관계를 가져야 한다. 교회의 코이노니아의 범위를 넓혀 일상생활에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지역의 교회가 돼야 한다. 셋째,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란 실천적 의지와 행동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충만함은 교회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을 충만하게 하는 충만이기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이미 '세상을 향한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역교회는 지역사회 안에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필요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한 변화를 추구한다. 

오늘의 선교는 더 이상 지리적, 공간적 차원의 기준을 넘어 이 세상 전체가 선교현장이라는 전제 하에 교회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선교현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을 현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마을목회의 역할을 살펴보자. 

첫째, 교회는 무엇보다 이웃사랑의 관점에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상실한 지역사회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공동체의 경험이 교회 밖의 지역사회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가 가진 도덕성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며 교인들의 자발적 헌신과 봉사는 지역공동체를 촉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에서 교회는 다양한 은사와 전문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신앙에 기초한 자발적 헌신과 봉사는 지역사회의 발전이나 복지활동을 위해 교회가 가진 훌륭한 자원이며,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적 책임을 지역사회 발전으로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지역교회는 개교회 성장으로부터 지역의 복음화로 목표를 전환하고 이를 위해 지역의 교회들과 협력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여 지역사회 안에서 선교적 활동을 실천할 수 있다. 

교회가 펼치는 하나님 나라의 마당에 교인들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을 함께 초대하여 잔치를 벌여야 한다(요일1:1~3). '친교 없는 선교와 전도'로부터 '친교 안에 선교와 전도'를 추구해야 한다. 교회가 지역에 마당이 돼 마을 목회를 추구하는 것은 지역을 사랑하며, 지역의 주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면서 교회에 주신 축복과 은혜를 함께 나누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에 일치한다. 우리시대에 교회는 지역성을 회복해 '지역을 하나님 나라'로, '교회 성도를 지역사회의 리더'로 만들면서 지역주민과의 친교를 회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선교적 목회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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