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삶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삶

[ NGO칼럼 ]

백성희
2016년 03월 02일(수) 15:12

노인요양시설에서 사역하면서 필자는 원하지 않는 죽음을 가까이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촛불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것처럼, 마지막 생의 촛불을 밝히고 있는 어르신들의 곁에서 함께 있어 주는 것뿐, 생명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죽음과 마주 대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죽음에 대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삶이 더 소중해지는 것을 느낀다. 저 어르신들도 한때는 젊고 건강했을 때가 있었을 텐데,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늙고 힘없이 병든 그 모습들을 보면 삶이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차피 유한한 인생이라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며, 잘 사는 삶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재능과 물질, 시간들로 누군가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란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을 해 보니 남을 위한 삶이 결코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외롭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 작은 관심. 이것이 더 없이 큰 봉사이다.

실제로 우리는 돈이 없어서 봉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 관심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이 없어서 목마르고 배고픈 사람보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이 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다. 그리고 봉사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며 내가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썬다싱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두 사람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하얀 벌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추위로 인해 이들은 몹시 지쳐 있었고 마을에 빨리 도착해야만 살 수 있기에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길 가에 쓰러져 신음하는 한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썬다싱은 "우리 이 사람을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이 추위에 얼어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자 친구는 "안 됩니다. 빨리 마을에 도착해야 하는데 저 사람을 데려 가면 우리마저 죽게 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친구는 화를 내며 혼자 가 버렸다. 썬다싱은 하는 수 없이 쓰러진 노인을 업고 걷기 시작했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 내렸다. 더운 기운 때문인지 노인은 점차 기운을 되찾기 시작했고 한참을 걸어서 마을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서 꽁꽁 언채 흰 눈에 뒤덮인 물체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갔던 바로 그 친구가 싸늘한 시체로 누워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 살겠다고 가버린 사람은 동사(凍死)했고, 길에 쓰러진 불쌍한 노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등에 엎고 힘들게 길을 걸어갔던 썬다싱은 살았고 자신뿐만 아니라, 불쌍한 노인까지 살릴 수 있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나친 경쟁사회 속에서 살다보니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보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 살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함께 살려고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고자 삶,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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