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의 변화, 교계도 응답하라

감리교의 변화, 교계도 응답하라

[ 교계 ] 여성, 젊은 대의원 할당제 및 이중직허락, 교계 변화에 주목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1월 26일(화) 15:45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전용재, 이하 기감)가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에서 열린 제31회 총회 임시 입법의회에서 자립대상 교회의 목회자들이 이중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여성과 젊은층이 보다 많이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당제를 통과시키는 등 파격적인 법안들을 통과시켜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 자립대상교회 목회자 이중직 공식 허용

각 교단마다 자립대상교회 목회자가 이중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각 총회와 노회는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는 있어도 이에 대해 총회 차원의 공식적인 허락을 한 교단은 기감이 최초다. 기감 총회는 예산이 3천5백만원 이하인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는 해당연회 연회장에게 미리 직종과 근무지, 근무시간 등을 서면으로 신청하여 허락을 받으면 이중직을 가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교계에서는 목회 수급 불균형와 교인 감소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와 동시에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는 목회자들이 증가해 이에 대한 신학적 분석과 대안 모색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기감의 이번 목회자 이중직 허락은 타교단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채영남)의 경우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목사이중직 연구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연구위에서는 "목사는 하나님의 소명, 사명, 희생, 헌신, 전문성과 집중성에 근거해 한가지 직업에 집중하고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이중직에 종사하는 목사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총회와 노회는 헌법이나 규정을 근거로 이것을 막거나 정죄하기보다 이중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중직을 택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의 상황과 어려움에 연민과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에 방점을 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금지나 허락을 명시하지 않은 예장 통합에 비해 기감의 경우는 더 명확하게 이중직 허락을 명시한 셈이다.
 
주요교단의 경우를 보면, 예장 합동은 현재 헌법에 이중직에 관련한 언급이 없고, 총회 석상에서도 이중직을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기관지인 기독신문 창간 50주년 목회자 의식조사에서 이중직에 대한 찬성이 57.2%로 반대의견(38.8%)을 압도하고 있어 총회 차원의 논의가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경우는 목사의 자격에 "타 직업을 겸하지 않고 전적으로 헌신하는 자"를 목사의 자격으로 두고 있어 사실상 이중직 금지의 입장이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2014년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목회자가 전체의 66.7%에 달하고, 지난 12월 (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한 목회자의 55%가 '이중직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응답하는 등 대다수 목회자들에게 이중직에 대한 시대적 필연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이번 기감 총회의 자립대상교회 목회자 이중직 허락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이렇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타교단에서도 연구와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여성안수 및 50세 이하 총대 할당제

기감 총회가 교계를 놀라게 한 결정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여성 총대(대의원)와 연령이 50세 미만의 젊은층을 각각 15%의 비율로 뽑아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임시 입법의회에서 '연회와 총회의 대표는 각 15%는 여성으로 선출하며, 15%는 연령이 50세 미만인 사람 중에서 선출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재석 5분의 3정도의 지지로 통과시킨 것. 이에 대해 기감 총회 행정부장 함영석 목사는 "이전 법안은 평신도 대표중 30%는 여성장로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표현의 불투명성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여교역자들과 여선교회 등 여성계에서 끊임 없이 노력했고, 개혁특위에서도 애를 쓴 결과"라고 분석했다. 단 여성들은 30%를 요구했으나 실제 법안 통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 15%로 결정되어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타교단의 여성 총대 상황을 살펴보면,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지난해 주요 교단 총회 참관을 한 결과, 기장 총회가 총대 720명 중 여성 총대 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예장통합 총회는 총대 1천 5백명 중 여성총대는 16명이었다. 예장합동 총회와 예장고신 총회는 여성 총대가 한 명도 없었다.
 
여성총대의 총회 참여는 기독교대한장로회 총회가 단연 앞서가고 있다. 기장 총회는 지난 제100회 총회에서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여성총대 참여비율 증대 안건을 받아들여 기존 총대 수 20명 이상 노회에서 2명의 여성총대를 파견하게 돼 있는 현행 여성총대 할당제 규칙을 총대 수 10명 당 한 명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차기 총회에서는 여성총대가 7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기관 중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여성 및 청년 30% 할당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감 총회는 여성총대 15% 명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령이 50세 미만인 사람에게 15%의 총대 할당제를 실시했다. 기감 총회 기획봉보부장 김광균 목사는 "회원들이 노쇠하고 연령이 들면 생각이 더 보수적이 되어 시대에 맞는 법이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늘어난 결과"라며 "교회는 보수적이지만 감리회가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이에 앞장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기감 총회는 지난해 10월 입법의회에서도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10년 동안 동일교회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내용의 징검다리 세습 10년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기감 총회는 최근 몇 년간 감독회장의 금권선거 시비로 대행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문제로 오랜 기간 내홍을 겪고 그 여파가 아직도 교단 내 남아 있지만 이번 입법의회에서는 그 어느 교단보다도 진보된 결정을 함에 따라 교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감 총회의 이러한 과감한 결단이 타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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