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바람 전하게 하소서

생명의 바람 전하게 하소서

[ 논단 ]

유경재 목사
2016년 01월 13일(수) 10:00

유경재 목사
안동교회 원로

수 천 년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이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거는 소망과 기대는 간절하고 절실하다. 연초에 드린 간절한 기원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또 다시 새해에 하나님께 기도드리지 아니 할 수 없다. 

"새해에는 우리가 멘 고난의 멍에를 벗겨 주시고 기쁜 일 있게 하소서"

금년에도 우리는 마른 뼈가 흩어져 있는 에스겔 골짜기처럼 희망이 없는 이 땅에 주님이 보내시는 생명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새해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어두운 밤의 장막으로 덮여 있어 새해의 아침이 동텄다고 말하기 어렵다. 곳곳에서 "우리의 뼈가 말랐고, 우리의 희망도 사라졌다"는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억울함과 분노,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들,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법이 개정되면 언제 떨려날지 모르는 근로자들, 뼈가 아스러지게 농사를 지어도 제값 못 받는 농산물 때문에 고통당하는 농민들, 생존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노점상들, 점점 늘어나는 가난한 독거노인들, 소위 '헬조선'을 살아가는 7포세대인 젊은이들, 국가의 제대로 된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 …. 이런 약자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에 사무치는데, 일부 정치인들은 귀를 막고 듣지 않을 뿐 아니라 더 큰 폭력으로 이들의 탄식을 틀어막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는 경색돼 풀릴 기미가 없고, 상업주의에 빠진 언론은 권력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잃어버렸으며, 한국의 대외 위상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렇게 열망하였던 민주주의가 점점 약화돼 다시 유신시대로 회귀한 느낌이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는 솟아날 희망이 전혀 없는 스산한 죽음의 기운만이 감도는 에스겔 환상의 골짜기가 됐다.

하나님이 에스겔 예언자를 마른 뼈들이 널린 골짜기로 데려가셔서 그에게 물으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에스겔은 이미 말라버린 뼈들이 살아날 가망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에게 묻고 계시기에 지혜롭게 대답했다.

"주 야훼여, 당신께서 아시옵니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굳어진 상황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하나님이 오늘 에스겔 예언자를 한국사회 한 복판에 내려놓으시고 "이 사회가 다시 바른 사회로 거듭날 수 있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에스겔은 내심 '그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옛날처럼 대답했을 것이다.

"주님만이 아십니다."

에스겔의 '주님만이 아신다'는 대답은, 자기가 본 상황이 이미 인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뜻하는 것이요, 따라서 이제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하나님은 에스겔로 하여금 자신의 명령을 대언(代言)하게 하셨다.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하나님은 오늘 한국교회를 부르시어 대언자로 세우시고 바로 이 희망의 메시지를 대언하게 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한국교회가 사회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예언자의 역사의식을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누군가 이 절망에 빠진 사회에 희망을 대언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때이기에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깨우시어 생명의 바람을 대언하게 하시기를 원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새해에는 한국교회가 깨어 일어나 생명의 바람이 우리 사회 곳곳에 불어오도록 힘차게 대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하나님이 보내시는 생명의 바람이 좌절과 실의를 맛보고 낙심한 자들 속에 불어와 좌절과 실의를 몰아내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새 날을 바라보며 나갈 수 있게 하시기를 빈다. 사랑과 열정을 잃어버려 냉각된 가슴들 속에 불어와 사랑으로 불붙게 하시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 위에 불어와 저들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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