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머무는 자리/주일날 오후

시 머무는 자리/주일날 오후

[ 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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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3일(수) 08:20

주일날 오후

식탁 위엔
포도송이가 한 접시 놓여 있다
예배당 모퉁잇돌은
비바람에 스쳐도 마냥 보랏빛이다
여직 경건의 옛 먼지는 가시지 않았다
묵상의 형상은 옆자리에 앉아 있고
주기도문 소리는
여기저기 잔설처럼 널려 있다
간절히 드린 하얀 기도문은
오후처럼 엷고 건조하다

주일날 오후는
예배당 그리운 옛길을 산책하며
외롭다고 왜
이리 고통스럽다고 말하지 않는가

장승백이로 새끼내 들판을 건너면
물찐 토방의 물소리가 애잔히 들린다

개산 앞에 서면
늘상 산울음을 가슴에 담는다

어디만큼 돌아와서
수척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롱불을 걸어야 하는 주일날 오후

최용호
영산포중앙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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