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소극적 안락사 우려, 악용될 위험 막아야"

연명의료법 "소극적 안락사 우려, 악용될 위험 막아야"

[ 교계 ] 8일 국회 본회의 통과, 국회의원 202명 찬성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6년 01월 12일(화) 10:03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연명 의료 시술을 받지 않도록 환자가 미리 결정하게 하는 이른바 '연명의료법'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203명 중 202명이 찬성했고, 1명의 의원만 기권했다. 법안 시행은 오는 2018년부터다. 

이번에 통과된 연명의료법(웰다잉 well-dying)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으로 암 관리법과 호스피스ㆍ완화 의료법, 존엄사 법안 등과 함께 제정돼 임종기 환자의 규정과 연명치료에 대한 중단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법안은 연명의료를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및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 시술로 효과 없이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법안 통과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 및 관련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과의 최영아 과장(도티기념병원)은 "죽는 과정도 또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의료인들이나 국민들의 인식이 죽음에 가까이 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있는 전문의, 종교 지도자, 환자가 합의하에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악용될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살 권리와 죽을 권리' 즉 생명 존엄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이번 법안 통과가 자칫 일종의 소극적 안락사를 제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경적 시각에서 연명의료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의회는 "연명의료법안은 개념정의에 문제가 있고, 연명의료결정이 본인의 결정이 아닌 대리동의를 허용하는 것은 노령이나 질병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며, "'연명의료결정'을 위해 과도한 국가적인 제도와 장치와 절차, 기구를 만드는 것이 과연 법안이 추구하는 명목적인 목적인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환자의 최선의 이익의 보장과 자기 결정의 존중이라는 목적과 부합하는지 매우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법안 통과가 오히려 제3자의 결정에 의한 의료행위 중단을 제도화하는 것이 돼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의회는 "사람의 생명 가치는 그 사람에게 남은 잔여 수명의 길이나 신체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잔여 수명이 10년 남은 사람과 일주일 남은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동등한 것이며, 차별을 두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어떤 사람이 신체적으로 연약한가, 강한 가의 여부, 특정한 질병이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도 그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보아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이런 근거로 생명의 가치에 차별을 두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고, 악명 높은 안락사 프로그램의 전철을 따라가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의회는 연명의료법이 불필요한 입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협의회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생명윤리에 따라 환자 스스로 또는 가족이나 의료인들과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중단에 대하여 과다한 사회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섣불리 법제화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를 조장하여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낭비하며 건전한 윤리를 사회 스스로 진작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므로 불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통과에 따른 대응책으로 연명의료의 시범적인 실시와 사회 인식의 변화를 도모하는 지원이나 제도적 장치에 대한 법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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