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도 '빚'이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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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2015년 기독교 베스트셀러 분석, '왕의 재정' 1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1월 05일(화) 17:30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출판된 기독교 서적 중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책은 규장출판사의 '왕의 재정(김미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이하 기출협)가 발행하는 월간 기독교 출판소식은 지난달 온라인 서점과 전국의 기독교 서점들에서 보내준 베스트 도서 리스트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왕의 재정'이 1위이며, '5가지 사랑의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만/생명의말씀사)', '죽으면 죽으리다(이찬수/규장)', '메시지 구약-시가서(유진 피터슨/복있는사람)' 등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출협은 '왕의 재정'은 1~12월까지 단 한번도 월별 집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지만 8번 이상 5위권 이내에 자리함으로서 누적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기출협의 이번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한 전체 991종의 신간으로 지난해보다 약 11% 증가한 것으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기독교 출판사들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간 중 번역도서 비중은 30%대로 국내저작물의 비중이 소폭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출협이 발표한 종합 베스트20에서는 외국 저작이 3종에 불과하고, 그나마 2위에 오른 '5가지 사랑의 언어'는 2001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었다. 기출협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을 △신학도서 위주의 출판 △고전의 중복출판 △편저작물의 양산 등을 꼽으며 다수의 독자들에게는 어렵거나 식상한 느낌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저작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저자의 대부분이 목회자인 점과 장르가 설교집 내지 간증서인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분야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신앙일반이 올해에도 276종(27.8%)이 소개되어 1위를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신학일반(117종, 11.8%), 설교 및 강해(114종, 11.5%)가 2, 3위를 차지했다. 그 외 신학 분야(33종), 경건생활/기도(46종), 전도/선교(44종), 성경공부(41종), 시/소설/수필(40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간이 출간됐지만, 기독교교육(14종), 기독교세계관(12종), 청소년(8종), 제자도(5), 청년(2종) 등 다음세대를 위한 책들은 4.1%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한해 출간된 기독서적 991종의 평균 가격은 14,651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소장:박익순)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가구당 월 평균 도서구입비는 16,752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가구당 1권을 구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출협은 매월 지출하는 통신비용이 약 12만 5천원을 상회하는 것에 비춰볼 때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베스트셀러 종합 20위

1 왕의재정(김미진/규장)
2 5가지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먼/생명의말씀사)
3 죽으면 죽으리이다(이찬수/규장)
4 메시지 구약-시가서(유진피터슨/복있는사람)
4 오늘을 견뎌라(이찬수/규장)
6 2020-2040 한국교회미래지도 2(최윤식/생명의말씀사)
7 목사의 딸(박혜란/아가페북스)
8 우리, 서로 사랑하자(유기성/두란노)
9 팀 켈러의 기도(팀 켈러/두란노)
10 어? 성경이 읽어지네!(이애실/성경방)
11 P31(하형록/두란노)
12 하나님 아이로 키워라(박현숙/규장)
13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유기성/규장)
14 떨기나무 2(김승학/생명의말씀사)
15 예정(서우경/규장)
16 The 멈춤(김여호수아/규장)
17 상처가 별이 되어(김양재/두란노)
18 WHYJESUS(왜예수인가?)(조정민/두란노)
19 가족(김남준/생명의말씀사)
19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유기성/규장)
19 진리가 결론되게 하라(김용의/규장)

 

#기독교 베스트셀러도 사회에 대한 불안심리 반영
재정 및 인간관계 관련한 서적이 1, 2위

이번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의 베스트셀러 발표에서 아쉬운 점은 베스트셀러를 통한 인문학적ㆍ사회학적 분석이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 서점가의 지난 한해를 살펴보면, 경제불안과 침체속에서 생존을 위한 '자기위로'가 가장 두드러진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서점가에서는 42주에 걸쳐 1위를 차지한 기시마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일으켰다. '미움받을 용기'는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 과거의 상처에 좌우되지 않고 나를 지키고 성장하라는 메시지로, 경기침체와 불안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러한 자기 위로 현상의 일환으로 올해 서점가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 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또한,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색칠하기로 풀어내는 셀프 힐링 도서다. 이러한 컬러링 북은 필사책, 다이어리북 등으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혼자 즐기는 문화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하루관리', '하루 세줄, 마음정리법' 등의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기출협이 발표한 베스트셀러 1위 '왕의 재정'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을 통해 빚에서 벗어나 재정적인 안정을 찾게 한다는 '왕의 재정'이 올해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이유는 경기침체와 불안 사회 속에서 독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책을 찾는 이들이 일반 독자들과 차별되는 점은 재정적 안정의 방법을 성경에 근거해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또한, 2위에 오른 '5가지 사랑의 언어'는 2001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 재발간되어 조명을 받았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 조언해 주는 책으로 사랑하고 사랑 받는 법에 대한 방법론을 소개해주고 있다. 침체와 불안의 시대에 공동체에 소속되고 사랑받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기독교계가 주목해야 할 일반 서점가의 현상으로는 어른용 컬러링 북 및 필사책 등 셀프 힐링이 인기를 끄는 점이다.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 최근 성경 필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생명과 진리 요한복음 성경필사(고성탁/다니엘 출판), 하루 한줄 캘리북 마가복음(김경윤ㆍ주시내/블루베리) 등의 필사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새해에는 묵상에 관한 책이나 신앙적 마음관리 등에 관련된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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