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머무는 자리>세잔의 사과를 만나러 가자

<시 머무는 자리>세잔의 사과를 만나러 가자

[ 문화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6년 01월 05일(화) 17:27

세잔의 사과를 만나러 가자
-세잔 <사과가 있는 정물>

에덴의 사과가 울고 있다

뱀은
아담이 늘
따뜻한 이브의 알몸을 즐기고 있는 게
샘이 나서
머릿속에 요상한 바람을 불어넣어
선악을 계산하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우리 두뇌에는 버그가 생겨
이성은 결코 감성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외면하는 버릇이 생겼다

뉴턴의 사과가 울고 있다

따뜻한 감성의 이부자리를 박차고
변질된 이성*의 꼬리를 붙들고
되지도 않는 말로 세상을 다 아는 양
곳곳을 들쑤시고 있는 그대들이여
몇억 개의 뇌세포 중
겨우 10%도 못 쓰면서
에덴을 훔치겠다는 것인가?

어차피 체온이 없는 컴퓨터는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꽁꽁 냉동되었다가
아주 적은 온기에도 급팽창하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을…
이성의 무딘 칼은 집어던지고
알몸의 이브나 만나러 가자

세잔의 사과를 만나러 가자

*아도르노에 의하면 변질된 이성이 인간을 억압하고 퇴보하게 하였으며, 예술은 현실의 어둠과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자율성을 상실한 사람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철교
배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사)미래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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