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사과인가?

누구를 위한 사과인가?

[ 교계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6년 01월 05일(화) 17:14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지난 12월 28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결과가 발표됐다. 그 내용은 첫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 둘째, 아베 총리의 내각총리로서의 사과 표명. 셋째,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일본정부가 자금(약 97억원)을 일괄 거출하고 이후 양국이 협력하여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위안부협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선언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의 발표로 더이상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에 대한 여론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평화비(소녀상)을 철거하는 구상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고 우리 정부는 "완전 날조된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하는 등 '합의의 조건'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회담 결과 발표 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윤미향)의 입장은 한마디로 '협상을 인정할 수 없다'이다. 24년간 할머니들이 주장해온 '법적 배상'과 '공식적인 사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을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음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정부를 대표해 내각총리로서 직접 사죄하지 않은 점, 사과의 대상이 모호한 점, 법적 배상책임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진정성이 담긴 사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정부가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 사업을 적극 이행해야 함에도 재단을 설립해 그 의무를 피해국 정부에 떠넘긴다는 점도 지적됐다.
 
윤미향 대표는 "평화비(소녀상)를 철거하라는 일본의 뜻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국 평화비 네트워크를 세워 끝까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위해 싸우겠다"며, "평화비를 더 세울 것이고 수요시위도 평화비가 있는 전국 각지에서 릴레이로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30일, 한일 협상 이후 처음 열린 1211차 수요시위는 2015년 세상을 떠난 9명의 할머니들의 추모제를 겸해 진행됐다. 할머니들은 일본의 사과 한마디도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8)는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대체 어느나라 정부냐"며 서러움을 토했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 1000여 명이 함께 참석해 위안부 합의의 백지화를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남은 생존자는 46명. 24년간 이어진 할머니들의 한맺힌 절규는 한일 정부의 합의 후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 한서린 투쟁은 언제쯤 진정한 화해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 갈길이 멀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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