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지 않은 길

그리고 가지 않은 길

[ 문화 ] 시 머무르는 자리(기독신춘문예 동인 시선)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5년 12월 29일(화) 11:35

<새해부터는 본보 문화면에서 신춘문예 시 당선자들의 모임인 신춘기독공보 동인들의 시를 소개한다.>

그리고 가지 않은 길
-R. 프로스트에게

그날 아침 숲에는
핏빛 아기손 단풍나무가
안개 속에 떨고 있었습니다
불현듯 나는 이 길로 이끌렸지요

앞서간 마음이 머뭇거리는
지금 이 풀숲에는 바람 소리 울리고
등나무와 칡넝쿨 아래 땅벌레들이
젖은 웅덩이를 비켜갑니다

나는 다시 이삭의 꿈을 일굽니다
언젠가 당신이 빌었을 평안을
이 낯선 길에 주억거리며
가지 않은 길은 찾지 않기로 합니다

스스로를 풀무질하는 이 길 위에도
세들이 앉았다 가고
밤하늘 지도를 따라 별은 흐를테니까요
그리고 모든 길은 한 빛 안에 있을 것입니다


남금희
제1회 기독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한국기독시인협회 이사
대구동부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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