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새벽송

크리스마스와 새벽송

[ 문화 ] (완)윤학원의 합창이야기

윤학원 장로
2015년 12월 22일(화) 16:26

크리스마스의 새벽송이 그립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할 일이 많았다. 교회에서 성극도 해야 하고, 찬양도 부르고, 트리도 만들고, 여러 가지 할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명절보다 화려하고,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새벽송을 도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새벽송을 돌 때면 가는 집마다 특별한 음식들을 주셨다. 어느 집에서는 부침개 또 어느 집에서는 과일, 과자 등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나왔다. 나중에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가서 새벽송을 불렀을 때 온 가족이 나와 함께 노래하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새벽송을 불러야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분이 들고, 또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특별히 눈이 오는 날이 더 좋았다. 하얗게 눈이 깔린 언덕을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걸어가던 그 때가 재밌었다. 한번은 너무 멀어서 가다가 포기할까 했던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집에 도착해서 찬송가를 불렀을 때 그 집에 계신 분들이 밖으로 나와 같이 노래하고, 박수를 쳐주던 즐거운 일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아름답고 즐거웠던 이야기들이 먼 곳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새벽송을 다니는 사람들이 아주 적어졌고, 새벽송을 다녀도 눈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먼 길을 돌아 그 교회와 관련된 분들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면 그 분들이 음식이 아닌 봉투를 건넨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그 봉투를 받아 크리스마스 이후에 가난한 이웃들이나 고아원에 선물을 준비해간다. 옛날처럼 낭만적이거나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새벽송은 있었으면 좋겠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