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과 틀린 것

다른 것과 틀린 것

[ 논단 ]

김창인 목사
2015년 12월 02일(수) 09:25

김창인 목사
증경총회장ㆍ광성교회 원로

지금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잘못된 것으로 여기고 상대를 아예 배척하거나 적대시하는 편협한 사고(思考)다. 이런 사고가 신념으로 굳어져 행동으로 옮기게 되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잦은 반목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연 대화이다. 대화는 나와 타인의 마음의 문을 열어 공감대로 들어가게 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내 주장만 내세우다 보면 극한 대립과 싸움판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보수와 진보 사이에 합의는 없고 상대에 대한 매도와 배척만이 난무한 것이 현실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극한 대립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세대로서는 매일 전쟁 같은 대립이 반복될 때마다 치가 떨리고 진절머리 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논쟁과 이를 둘러싼 대립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를 넘어 국민들까지 찬반 양분돼 감정의 골이 깊숙이 패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교육을 바로하자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격한 대립이 결국 교육도, 나라도 망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자라나는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는 게 문제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70년 간 남북 분단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교육을 내가 주장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국민을 볼모로 연일 패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도 지금껏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를 놓고도 극도의 대립과 갈등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사도신경을 같이 고백하는 교회라면 나와 좀 다르다고 모두 틀렸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수고한 분들이 교회 부흥과 성장을 위해 애썼던 분들을 격려하고, 교회 성장에 매진해 온 분들은 또 사회선교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분들의 공로를 인정해준다면 서로의 간격은 훨씬 좁혀지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서로를 정죄하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다른 것을 틀리다고 손가락질하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각 신학교들이 교단의 교리 교육만을 강조하다보니 결국은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고 전투적인 목회자를 양산해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부터라도 각 교파가 각기 정체성은 유지하되 정치 형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좋은 점은 배우려고 노력함으로써 내 교단 내 신학교가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국교회 모든 목회자들이 동역자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진보, 보수 교회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과거의 잣대로 상대를 단정 지은 잘못을 회개해야 한다.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파생된 교파주의는 성도들이 아닌 교회 지도자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이제부터라도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한다면 한국교회 안에 갈등은 얼마든지 화해와 화합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겪는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논쟁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논쟁을 통해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훌륭한 결과를 위한 바람직한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도 말로만의 연합, 내 편만의 일치가 아닌 성령이 인도하는 일치와 연합의 대로를 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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