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편하게 앉으시라고요~

선생님 편하게 앉으시라고요~

[ NGO칼럼 ]

허명희 원장
2015년 11월 24일(화) 13:20

"놀이하고 제자리에 정리하세요." "문 닫고 다니세요." "바르게 앉으세요." "목소리 낮춰야지요."

보육교사시절 아이들에게 기본 생활습관을 길러 주기위해 잔소리꾼 엄마처럼 변해있을 때가 생각난다. 내 곁에는 일곱 살 사랑스러운 20명의 아이들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습관,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어 항상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하였고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하루 일과 속에는 끊임없는 칭찬과 잔소리가 함께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던 가을 어느 날,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인사 나누고 놀이를 하고 바깥으로 산책도 다녀오고, 배가 고파질 무렵 신나는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조리사님께서 맛있게 만들어주신 반찬을 스스로 옮겨 담아보고 나는 아이들에게 밥을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의 식사준비를 마치고 나도 식판에 음식을 담아 점심시간이면 내가 늘 앉던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책상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내 자리의 의자를 보게 되었다. 삐져나온 의자를 본 순간 '의자를 사용해놓고 책상 속으로 제대로 넣어놓지 않은 친구가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의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한 번 더 지도했었겠지만 그 날은 생각으로만 맴돌다 멈추고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하던 중 옆에 앉아있던 한 남자친구가 "선생님, 그런데 아까 의자 나와 있었잖아요. 누가 그랬는지 아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누가 그랬는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제가 그랬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의자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것은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닌데 왜 나에게 이야기해주지?'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왜 그랬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제가 선생님 쉽게 앉으라고 빼놨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정말 아차 싶었다.

내 예상과 100% 빗나간 의자가 삐져나와있었던 이유. 나는 왜 정리를 하지 않았다고만 생각을 했지? 아이가 나를 위해 생각해낸 작은 배려였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나의 마음 속에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였다. 만약 아이의 생각을 듣지 못하였더라면 그 의자는 나에게 그저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은 삐져나온 의자로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생각을 듣는 순간 그 의자는 내가 편히 앉아주기를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의자로 변해있었다.

지금 나는 어린이집 원장으로 근무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유 한다. 아이들의 작은 숨소리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새심하게 관찰하며 지켜본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지만 오늘도 나는 기대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배울까? 이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종교적인 부분을 강요할 수도 표현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지만 '지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말씀을 묵상하고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가정을 위해 함께 일하는 교사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주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아이들을 섬기며 사랑한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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