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최선입니까?"

"그것이 최선입니까?"

[ 희망편지 ]

장보철 교수
2015년 11월 10일(화) 16:25
   

올해 대입 수능이 11월 12일에 치러졌다. 수능 시험하면 퍼뜩 두 가지 현상이 떠오른다. 첫째, 수능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는 약을 만들어 팔고 사는 행위이다. 이른바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의 성분이다.

이 약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것인데, 그러나 복용 후에 발생하는 불면증, 두통, 신경과민의 부작용이 더욱 심하다고 한다. 이런 약을 먹으면서까지 시험 성적을 올리려는 이 시대의 부모와 학생들이 애처롭다.

둘째,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거의 모든 교회에서 행해지는 수능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회이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물론, 옆의 교회 식구까지 나서서 온종일 열을 내어 기도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험을 보는 자식을 위해서 각자 집이나 교회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 자체야 뭐라고 말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큰 행사 중 하나가 되어서 난리 법석을 치르는 것은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수능을 치르는 아이를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시험 잘보게 하는 약이나 온종일 기도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읽어주고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것이다. 많은 수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그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탓하지 않고 위로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위로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시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게 하시는 마술사는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했어도 아이가 시험을 못 보거나 대입에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지 않는다거나, 살아계시지 않는다거나 사랑이 아니라는 잣대로 결코 사용될 수 없다는 말이다. 수능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회는 자칫 부모나 아이들에게 왜곡된 하나님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충분히 있다. 시험 잘 보라는 기도회에는 그렇게 열을 올리면서, 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을 위한 위로 기도회는 없는가. 오히려 수능 후에 상처와 허탈함과 실망감에 빠질 가능성이 큰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회를 갖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수능 후에, 그리고 대입 지원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절망과 희망의 주소지는 같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성경의 그 어떤 인물도 절망이나 희망만으로 살지 않았다.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역동적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희망속에서도 찾아올지 모르는 절망을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크리스찬이 가져야 할 믿음의 눈이 아닌가. 수능을 치른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점수표가 아니라, 바로 이 믿음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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