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온전한' 정착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온전한' 정착이 필요하다

[ NGO칼럼 ]

곽희주 목사
2015년 11월 04일(수) 14:52

'러브 인 아시아'라고 하는 KBS1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화려하게 입은 의상과 깨끗한 화장, 그리고 조금은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유머도 곁들일 줄 아는 결혼이주여성을 보면 마치 국제결혼만이 참다운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착각과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

주로 도(道)단위에서 추진하는 친정부모 초청 프로그램이나 결혼이주여성 친정보내기 같은 프로그램은 보이기 좋은 행정으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일들만 있을까? 몇 해 전 왜소해 보이는 한 남성이 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다짜고짜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을 좀 찾아달라고 했다. 그는 00나라 여성과 결혼한지 5년 째 접어들었는데 그 동안 너무 좋았고 아이도 둘도 생겼으며, 서로 사랑하며 살았다. 아내가 너무 고마워서 가정의 모든 경제권까지 다 맡겼다.

그녀는 한국국적도 취득하여 법적으로 한국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5년 째 접어들면서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해서 나간 아내가 돌아올 줄 모르고 감감 무소식이었다. 너무 궁금해서 처가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도 않았고 결국 처가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먼 길을 찾아갔으나 그렇게 믿었던 아내는 이미 한국으로 들어온 상태였고 아이들도 얼굴만 한 번 본 체 다시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수소문해 본 결과 아내는 이미 경기도 안산에 들어와 자국(自國)남성 노동자와 동거해 살고 있었다. 이 여성이 한국국적을 가졌으니 외국인 노동자도 혼인신고만 하면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남성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이라도 좀 찾아줄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 했지만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함께 안타까워했던 일이 기억난다.

TV프로그램이나 보이기에 좋은 프로그램 뒤에는 가슴 아픈 어두운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 실제로 외국에 버려져 방치되는 다문화 아이들의 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불쌍한 이 아이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필자 개인적으로는 국가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복을 주시지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국제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가정들이 더 많다. 그러나 국제결혼의 목적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살아가다 보면 과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국제결혼 자체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고, 도입하더라도 신중하게 연구해서 정책에 도입하는 나라들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물고기가 미끼 달린 낚시 바늘을 덥석 문 꼴이 되고 만 것 같다. 목적자체가 다른 결혼, 행복할 수 있을까? 결혼이주여성 엄마가 한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습에 도움도 잘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지원청과 경찰서 그리고 관공서 모두 힘을 써 보고 있지만 목적자체가 다른 결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복지혜택의 대상들이 될 경우 여기에서 파생된 문제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들이 막중한 짐을 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국제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비교적 나이 비율도 괜찮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사람들이 만나 결혼하는 예(例)가 많은 것이다. 2000년대에 유행처럼 번졌던 국제결혼의 진풍경을 아는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국제결혼 초창기 한국 총각들이 선보는 장소에 들어가면 여성들이 나열해 서있고 그 중에 자기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선택하고 돈을 내면 성사되는 결혼. 그래서 남성들은 여성을 돈으로 사왔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은 그 남성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저 한국에만 가면 모든 행복을 다 가질 것같은 착각을 갖게 된다.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살아가는 과정이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

목적의 차이와 문화적 차이, 언어의 불통. 그리고 그 가슴속에 응어리진 상처 또한 얼마나 쓰리고 아플 것인가? 그렇다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픔과 상처들을 누가 어루만지며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지자체(地自體)가?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복음과 십자가의 사랑으로 보살피는 길 이외에는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들이 조금씩 문을 열고 예산도 책정해야 한다. 배려하고 도와주고 한글교실도 열어 주고, 육아방법도 가르쳐주고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도 주고, 한국문화와 예절도 가르쳐 주며 함께 여행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부탁드린다.

그렇게 해서 몇 명이나 교회 나오겠냐는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끊임없이 베풀고 도와주면 언젠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 그러면 그녀들은 친정에 복음을 전할 것이다. 그녀들은 오히려 귀중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다문화가정 국제결혼 결혼이주여성, 앞에 보이는 화려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매우 혹독하다. 이 시대에 주님께서 우리 한국교회에 부여해 주신 사명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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