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없는 '재단'

대답없는 '재단'

[ 기자수첩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10월 20일(화) 09:21
▲ 고령의 연금 수급자회 회원들은 19일 오전 연금재단 사무실을 찾았으나 전 이사장이 고용한 용역들에게 막혀 20여분 동안 복도에 서서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다 결국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재단 사무실에 입장한 뒤 바닥에 앉아 기도회를 가졌다. 이날 수급자들은 "우리 사무실에 왜 못들어오느냐", "왜 우리가 낸 연금으로 용역을 고용하느냐?"고 외쳤지만 이미 이사장은 사무실을 떠났고 이사장실에 있던 두명의 전 이사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장창일 차장

총회 연금재단 사무실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하나 둘 모인 연금수급자회 회원들이 용역들에게 막혀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복도에 서있던 지난 19일 오전, 갑자기 재단 한쪽구석의 쪽문이 열리면서 김정서 전 이사장이 불쑥 나왔다. 용역을 대동한 김 목사가 향한 방향은 수급자들이 있던 곳과 정반대의 엘리베이터였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날 김 목사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었다.

10월 연금을 받지 못해 당장 생계가 곤란해진 은퇴 목회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어디가요", "이리 좀 와 보세요"라고 동시다발적으로 외쳤고 용역을 보디가드 삼아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던 김 목사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돌아올거다'는 취지의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다였다. 연금 수급자들이 옥신각신 끝에 재단 사무실에 겨우 들어가 찬 바닥에 앉아 눈물의 예배를 드리는 중에도 용역들이 지키는 이사장실 안에 있던 전 이사 김 모 목사와 손 모 장로는 "잠깐 나와서 이야기 하자"던 선배들의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지방에서 암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해야 하나 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구의 목사, 선교지에서 비자연장을 위해 한국엘 나와야 하

▲ 장창일 기자

는데 연금 미지급으로 돈이 없어 결국 후배 선교사들에게 돈을 빌려 비행기표를 샀다는 은퇴 선교사, 총회를 믿고 30년을 힘겹게 불입했는데, 우리 가정엔 연금말고는 노후대책이 없다던 한 목사부인의 뜨거운 눈물... 이날 병들고 늙은 몸을 이끌고 연금재단을 찾았던 은퇴 목회자들 모두가 눈물겨운 사연,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전 이사들이 무슨 욕심을 위해 저렇게 버티고 있는지... 우리가 낸 연금을 가지고 저러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던 한 은퇴 목회자의 절규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귀에서 맴돈다. 총회 연금 문제의 해법은 총회의 명령으로 파송받았고 지금은 총회의 결의로 이사자격을 상실한 전 이사들이 재단을 순순히 떠나는 일, 바로 그 일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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