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중용을 지키자

교회는 중용을 지키자

[ 기자수첩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10월 19일(월) 13:46

'국정 역사교과서'로 인한 논란이 심각하다. 정부가 만든 하나의 역사교과서로 학생들에게 역사를 교육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은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기틀을 파괴하고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특히 국정교과서의 부활은 획일적인 역사를 가르치던 유신 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며, 국정화보다는 검인정제가 헌법 이념에 더 부합한다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반하는 반헌법적 행위라는 지적도 비등했지만 이런 합리적인 문제제기조차 묵살되는 분위기다.

이런 논란 가운데 한 교회연합 기관이 내 놓은 '좌편향 역사교과서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는 보는 이의 낯을 뜨겁게 한다. 이 성명서는 시종 현재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는 좌편향적이고 이는 검인정 교과서 채택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섣부른 규정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현재 역사교과서가 산업화 과정을 자본가들의 착취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식 사회주의로 미화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근거가 불확실한 주장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역사교과서 발행이 검인정으로 바뀐 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종북 좌파세력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의 좌편향적 사고에 우리의 자녀들이 오염되어 가는 현실을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대목에선 도대체 이런 성명서를 발표한 단체가 어디인지 출처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같은 성명서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지나치게 친정부적인 입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을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가치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소중한 원칙이자 기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등장하는 이같은 성명서들은 교인과 교회, 교단 모두에게는 혼란만 주지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교회의 중용, 중심을 지키는 교회의 지도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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