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의 우선순위 '한글공부'

결혼이주여성들의 우선순위 '한글공부'

[ NGO칼럼 ] NGO칼럼

곽희주 목사
2015년 10월 05일(월) 18:31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는 언어적인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자체(地自體)에서 주도하는 기관장회의나 실무자회의에 가보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주문하는 요구사항은 빨리 한글교육을 시켜 한국말로 소통이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우리들도 학교에서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다. 중ㆍ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조기교육까지 합치면 적어도 10~15년은 영어를 배운다. 그런데 그렇게 배웠다고 해서 영어권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이다.언어영역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국제 결혼하여 한국에 들어오면 적어도 한글교육에 10년 정도는 매달려야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마치 결혼했으니 다 된 거라고 생각하는 무지한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쉬운 것은 정부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글교육에 대한 예산을 매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겠지만 그래도 그냥 두는 것보다 지원하는 편이 장래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백번 옳은 일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이주여성들 조차도 한글배우기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게 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제결혼하기 위하여 엄청난 비용을 빌려서 결혼하게 되는데 한국에 들어온 여성이 그 비용을 어떻게든 친정에 해결해 주어야만 한다. 그 다음은 가난한 친정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한글을 배우려 하기 보다는 알바 자리나 공장에 취업하여 돈을 벌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베트남의 경우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들이나 딸이나 다 그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딸로서 한국에 왔으니 빨리 돈을 벌어서 친정을 가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줘야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다니다 보니 한글 배우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한글을 배우지 못할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가? 한국에 들어와 어떻게 하다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은 '번쩍'하고 지나간다. 아이들은 벌써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고,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고,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자기 부모가 다문화부부라는 사실이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한국말을 잘 못하니 부모와 자식들 간의 단절현상이 일어나고, 또 엄마를 무시하는 일도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가정학습장이나 가정통신문을 보내는데 엄마가 꼼꼼히 읽어보고 공부도 시키고 다음 날을 위한 학습준비물도 챙겨주어야 하는데, 엄마가 한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챙겨줄 수가 없다. 그러니 아이는 학습이 자꾸 뒤쳐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학교에서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거나 좋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만나게 되면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닐까? 어느 누구도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만일 이렇게 10년 혹은 15년이 지난다고 생각해 보자. 다행히 그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 한국사회의 기둥들이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겠는가?

이런 기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다 잡아야할 것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글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예산을 줄이지 말고, 더 추가하여 한글교육을 시켜야한다. 참고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용시설이므로 당사자들이 찾아와 이용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도 외국에서 들어온 아내를 배려하여 센터로 보내 한글공부를 시키려는 남편들이 많이 있지만,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두는 남편들도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다. 한글교육은 센터 내에서 실시하는 공부와 면사무소 회의실을 모임 장소로 해서 실시하는 '우리말 공부방'이 있다. 가끔은 그 지역에 있는 교회에서 장소와 인력을 지원해 주어서 한글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한글공부를 철저하게 하게하는 것이다. 말이 통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곽희주 목사 /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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