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술 아닌, 서로 나누며 성찰하는 것

삶은 기술 아닌, 서로 나누며 성찰하는 것

[ 희망편지 ] 희망편지10

장보철 교수
2015년 09월 22일(화) 17:29

필자는 신학교에서 목회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다. 상처와 분노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상담학을 공부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만만치 않으며,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들에 대한 해결책이나 조언을 그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거나, 주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목회상담학을 단지 상담이나 치료의 기능만을 가르치는 학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어떻게 해야 상담을 잘 할 수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을 가르치기는 한다. 그러나 목회상담학은 단순히 상담 기술만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다. 다양한 과목을 통하여 상담 기술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다른 사람, 문화와 사회, 삶과 하나님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리고 가장 구체적으로 알아가며 성찰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했거나, 혹은 마음에 품고 있는 모든 이야기와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과 사건들 그리고 감정들은 모두 상담학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 가운데 자신들은 적어도 그러한 마음의 준비는 다 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그런가? 자기 자신의 아픔과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있느냔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먼저 남을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급한 것은 아닌가. 자기 자신을 비롯한 인간과 이 사회와 문화와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애정이 없는 한, 기술은 한낱 재주에 불과하다. 내담자에게 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말이다.
 
며칠 전 아침을 먹기 위해 가족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주문한 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한 어린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기껏해야 다섯 살 쯤 되었을까. 아이는 매우 능수능란하게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조작하고 있었다.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아이가 말은 제대로 하나?' 말보다 기계를 너무 일찍 배워버리고만 아이. 옆과 앞에 앉은 부모 역시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었다. 어디 그 아이와 부모뿐이겠는가. 지하철을 타면 온통 머리를 숙인 채 손만 놀리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오직 빠르고 편하고 손가락의 '기능'만이 만능인 이 시대에 우리의 삶 역시 '기능'적이 되기 쉽다. 삶이 갈수록 힘들고 고달프고 어려운 때일수록 먹고 살기 위한 '기능'만을 찾기 십상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에 집착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남을 속이게 되고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고 부정을 저지르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우리의 삶을 멋진 기술만으로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담이 예술이듯,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이끄신다는 사실을 믿는 우리 크리스찬들은 힘들수록 하나님의 약속을 깊이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진지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장보철 교수/부산장신대학교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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