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혼자 하는 것 아닌데

목회는 혼자 하는 것 아닌데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창희 목사
2015년 09월 21일(월) 15:37

60년대만 해도 목회의 풍속도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라 느껴진다. 목사가 귀한 시대이기에 목회자 한 분이 두, 세 교회까지 순회하면서 설교하는 경우도 있었다. 목사 한 분이 전도사로 목회하는 교회 당회장을 적게는 5곳에서, 많을 때는 10곳을 맡을 때가 있었다. 필자가 강원노회에서 목회할 때도 양구군과 인제군 두 군을 합쳐서 양ㆍ인 시찰회였는데 시찰장을 맡을 때 시찰 내 목사님이 몇 분 안 되어 거의 10교회가 되는 교회의 당회장을 맡았던 기억이 있다. 연말에 당회장이 한 번 오셔서 세례도 주고, 예ㆍ결산을 처리하실 때 전도사 사례금을 결정해주고 제직과 교사와 회계집사를 임명해 주어야 새해에 목회를 나름대로 하게 된다.

당회장이 오신다는 주일 10일 전부터 늦어도 1주일 전부터는 비상이 선포된다. 교회 주변 풀 뽑기부터 대청소, 교회바닥 물청소, 목사님이 하룻밤 유숙할 이부자리를 빨고, 쥐 굴을 밤송이로 막고, 진흙을 발라 불을 때면 연기가 방에 들어오지 않는가 아궁이에 불을 때서 확인해야 된다. 시장을 보고 반찬거리를 준비하고 저녁 아침 두 끼의 메뉴를 짜야한다. 뿐만 아니라 목사님 목 사이즈를 사모님을 통하여 알아낸 뒤 와이셔츠를 선물로 준비한다. 그리고 차비, 도서비 명목으로 봉투를 준비하여 드리는 것이 당회장을 모시는 시골전도사의 역할이었다.

당시는 승용차가 없는 시절이기에 당회장님이 마지막 버스로 오시면 저녁 예배를 인도하시고 하룻밤 자고 이튿날 아침을 드시고 가셨다.

필자가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서원교회에서 신학교를 다니면서 목회할 때다. 당회장님은 원주에서 목회하시는 대형교회 목사님이신데 앞에서 언급한 거의 비슷한 모습을 매년 되풀이 할 때다. 나는 목사가 되면 당회장을 저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나홀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후 내가 목사가 되고 당회장을 맡고 보니 옛날 올챙이 시절에 다짐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당회장을 좀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리라 하면서 차비라고 봉투를 주면 받지 않고 전도사님 책이나 한 권 사보라고 되돌려 주었다. 어떤 때는 사모님과 함께 식당에 가서 외식이나 한번 하시라고 봉투에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도 안 해 보고 그냥 내밀었다. 내 나름대로는 그것이 잘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당회장은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봉투를 주면 두 말 안하고 당연한 듯 받아가는 목사도 있지 않은가? 경상북도 상주 함창교회에서 목회할 때 깨닫게 된 것이다. 당시 시찰회 목사님이 청소년 세미나를 간다든지 학생집회를 인도하실 때 강사비를 주면 애들 음료수나, 수박이나 사주라고 받지 않는 것을 보았다. 참 멋있어 보였다. 어느날 모 장로님이 그 목사님을 가리켜 '천사 같은 목사님'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강사비 안 받고 강의하신 목사님이 천사라면 강사비 받는 목사는 마귀란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강사비를 안 받고  강의 다닌것이 강사비나 순회 여비 봉투를 받는 목사님을 마귀로 만든 행위가 된단 말인가?

필자는 누구에게 잘 보이거나 좋은 소리를 듣고자 한 일이 전혀 아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것뿐이지만 나 때문에 같은 동역자에게 선의의 피해를 주고 말았다. 아! 목회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 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목회하는 교회와 비슷하거나 더 큰 교회에 헌신예배나 집회를 인도하게 되는 경우 강사 사례를 부담 갖지 않고 받는다. 그러나 내가 목회하는 교회보다 더 약한 교회에서는 강사비를 안 받으려고 애써온 것은 사실이다. 강요에 의하여 열의 하나 받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으나 거의 받지 않고 여전도헌신예배이면 여전도기금으로 쓰라고, 아니면 어려운 목회자에겐 가족끼리 외식이나 한 번 하라고 봉투를 되돌려 주곤 했다.

이것까지 동료목회자에게 선의의 피해를 주는 가해자의 행동이 아닐까 조심스럽기만 하다. 임지를 옮긴다든지, 한 교회에서 시무를 마치고 은퇴를 하게 되는 경우, 빈손으로 내보낸들 서운할 일이 뭐 있겠나? 언제 목사가 교회에 돈 맡겨놓은 것이 있는가? 그러나 그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것은 본의 아니게 받는 목사에게 누를 끼친다는 생각을 해봐야 된다. 목회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싶어도 남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길인가를 생각해 보면서 쓴 웃음을 지어본다.

이창희 목사  / 함양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