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이뤄가는 '꿈'

천천히 이뤄가는 '꿈'

[ NGO칼럼 ] NGO칼럼

정시몬 사무국장
2015년 09월 15일(화) 13:39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참 인내가 필요한 고난이도의 어려운 사업이다. 이 일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은 장애인과 새터민이다. 장애로 인해서 이해하는 속도나 처리하는 속도가 무척 느리다. 또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오해하기가 일쑤인 새터민이다. 맡겨진 일은 해 나가지만 속도가 느리다.

이 속도를 일반기업에서는 참아내지를 못한다. 하지만 '장터'는 의도적으로 느린 속도를 참아보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장터를 계획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좋다, 교회가 그들의 느린 걸음에 함께 걸어야 한다"고 외쳤다.

협동조합도 이윤을 내야하는 엄연한 사업이기에 최소비용의 투자로 최대효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또 다른 면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회사를 세웠다는 것이다.

참는 것이 참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핸드폰과 자동차의 신제품은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무능함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장터'는 느림을 추구하고 있다. 크고 작은 풍랑이 늘 온다. 배가 좌초되지 않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밧줄을 단단히 잡고 성난 파도와 매서운 바람과 싸워나가고 있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평안한 감사가 흘러 나온다. 그 이유는 바로 누군가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돕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용서해 주면서 우리교회는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장터'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아름다운 목적지에 집을 짓고 그 꿈을 현실로 아름답게 꾸며가고 있다. '장터'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져 있다. 첫째는 발달장애인들의 제과ㆍ제빵 공장 '꾸오레'(이탈리아어로 '사랑'이다), 여기서는 매일 다양한 제과와 제빵을 생산한다. 둘째는 농촌교회와 함께하는 생활협동조합 매장이 있고, 셋째는 카페 '올리브 향기'가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꿈의 직장 '꾸오레'는 5년전 사랑부(발달장애인부서) 부모들로부터 비전의 씨앗이 심어지고 준비되어 왔었다. 감사하게도 교회에서도 그 꿈을 공감해 주고 장소도 선뜻 허락해 주심으로 제빵실에서 직업재활이 자발적으로 훈련되고 있었다. 그해 4월 장애인의 날을 기념으로 전 교인들에게 쿠키를 선물하자는 놀라운 계획을 세웠다. 그 기적으로 온 교인들이 과자를 맛볼 수 있는 기쁨도 있었다. 2주 동안 쿠키를 무려 8천 개를 구워냈다. 그리고 주일 1부부터 4부까지 예배를 마치고 나가는 모든 교인들에게 비전의 씨앗이 담긴 사랑의 쿠키를 나눠주었다. 사랑부 부모들 중 한 분은 반죽기에 손을 다치기도 하셨고, 두 분은 '테니스엘보'가 와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사랑부는 쿠키를 나눠준 후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성도들에게 준 것은 작은 쿠키 한 조각이었지만 그 안에는 장애 학생들 부모의 눈물과 희망, 그리고 감사가 녹아져 있었다.

그로부터 5년 후 그때 쿠키작업에 참여했던 사랑부 형제ㆍ자매들은 '장터'에 어엿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출근하며 출근카드를 찍는다. 제빵을 담당하는 이영재 집사는 3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평생 일궈온 기술을 장애인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쿠키를 담당하는 이지숙 목사는 사랑ㆍ청소년부 교육목사를 담당하면서 주중에는 쿠키를 굽는다. 목사의 직분을 가지면서 제빵사로서 전문직에서 일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장터'에서는 '로렌스 자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향후 중증장애인들의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교회는 그들의 자아실현 및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검토하고 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에 대사회적 신뢰성에 힘을 실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정시몬 사무국장 / 거룩한빛광성교회 해피월드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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