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믿음이 어디 있느냐?

네 믿음이 어디 있느냐?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창희 목사
2015년 09월 15일(화) 13:22

은퇴를 눈앞에 둔 필자는 지나온 목회 43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말과 행동과 믿음이 일치해야 된다고 누구나 쉽게 말한다. 그러나 말과 믿음이 일치한다는 것이 결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네 믿음대로 된다'는 제목으로 설교는 수없이 해왔다. 그러나 그런 메시지를 힘주어 증거하는 목사는 어느 정도 믿고 목회를 해왔는가? 자문자답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43년 전 중학교 교사직을 사임하고 목회로 첫발을 내딛은 곳이 충북 제천의 송한교회였다. 목회자가 없어서 제천명락교회(당시 신성대 목사님) 권사님 한 분이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오셔서 예배를 인도하는 형편이었다.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는 초라한 시골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해 하나에서 열까지 가난이 철철 넘치는 시골 미자립교회에서 첫 목회가 시작된 것이다.

부임 첫날 새벽예배 시간에 냉기가 솟아나는 찬마루 바닥에 엎드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3가지 기도가 터져 나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기도가 서원기도가 아니가 생각이 든다.) 첫째 기도는 "목회자의 생명은 설교인데 설교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서 목회하지 않게 하소서"였다. 이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은 설교를 잘한다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설교 못한다는 소리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으니 50%는 응답해 주셨다(?)고 착각을 해본다.

둘째 기도는 "목회자에게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데 평생 목회하는 동안 아픈 모습, 병든 모습 성도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소서"였다. 이 기도는 100% 응답을 받았다. 40년이 넘는 목회 생활에서 성도들이 병원에 입원해서 병원 심방은 매주 한 두 번씩 가지만 내 아픈 모습을 교인들에게 보인 적은 없다. 평생 병원에 입원해 본 적 없고 몸이 아파서 설교를 못한 기억이 없다. 목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고 성도들이 목사 병실에 병문안 오는 모습은 정말 상상하기 싫었다. 결코 내가 건강관리를 잘 해서가 아닌 것은 건강관리는 '0점'이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은 담을 쌓고 살아왔으며, 짜고 맵지 않으면 먹지 않았고, 몸에 해로운 것만 골라 먹는 식습관이 있으며, 한 겨울에도 얼음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건강의 복을 주셨기에 이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다.

셋째 기도는 "하나님! 주면서 목회하게 하시고 도움 받는 목회는 하지 않게 하소서"였다. 40여 년 전만해도 목회자의 생활은 비참했다. 양식이 없어 굶는 날이 많았다. 승합차는 커녕 자전거도 없어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부러워하던 시절이었다. 직업순으로 봐도 시골 면소재지 파출소 순경 다음이 목사직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나님! 저는 앉아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도와 달라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겠나이다." 당시 교회서 주는 사례금이 3천원이었다. 네 식구의 생활이 불가능했는데 마룻바닥에 엎드려 기도한 것이다. 그 결과 좋으신 하나님은 세 번째 기도까지 100% 응답해 주셨다. 전도사로 첫 목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 입에서 도와 달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 축복이라 믿는다.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네 믿음대로 되리라." 이 말씀을 목회 좌우명으로 삼은 응답이라 믿는다. 설교를 잘하게 하소서. 건강의 복을 주소서. 주는 목회, 베푸는 목회 하게 하소서. 이 세 가지 기도 중 두 가지는 100% 응답해 주셨다. "네 믿는 대로 되리라"는 말씀은 어느 성현의 말이 아니라 우리 주님의 말씀이다. 성도들 앞에서 자신 있게 설교한다. 믿는대로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 앞에 내가 산 증인이라고. 아멘!

이창희 목사  / 함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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