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의 미련

원로목사의 미련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창희 목사
2015년 09월 07일(월) 16:50

평생을 목회하다가 목회현장에서 제2선으로 물러나며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물려줄 때 느껴지는 허전함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조심스럽다. 어려운 농어촌 교회를 평생 섬기면서 자녀 교육문제부터 생계도 보장되지 않고 총회연금도 들 수 없는 형편에서 사역하다가 은퇴를 하게 되는 경우, 우선 생계 걱정이 제일 먼저 눈앞에 다가온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중노동도 쉽지 않고, 넉넉지 않은 자녀들에게 매월 손을 내민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총회 헌법으로 보면 한 노회에서 20년 이상 목회하면서 노회장을 역임하고 또한 공로가 인정되면 노회에서 공로목사로 추대한다. 그리고 한 교회에서 20년 넘게 목회를 하고 은퇴를 하는 경우 아주 결정적인 흠이 없는 이상, 공동의회를 거쳐 원로목사로 추대한다. 뿐만 아니라 교회 형편에 따라 매월 생활비 일부를 제공해 드린다. 그러나 20년이 못되어 은퇴를 하거나 원로목사로 모시지 못하는 경우, 은퇴목사 노후보장은 전무하다. 재정 형편이 좀 여유있는 교회는 퇴직금이나 전별금조로 예우를 하고 작은 아파트라도 생활 거처를 마련해 드리지만 그런 형편이 못되는 교회는 마음만 간절하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로목사로 은퇴를 하는 경우 별다른 걱정을 안해도 기초생활은 유지되지만, 미자립교회에서 은퇴목사로 사임하게 되면 의식주 생계 걱정이 눈앞에 다가오게 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백에 하나라도 그렇기에 원로목사에 미련이 가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필자도 은퇴를 한 달 앞두고 있다. 필자는 모교회에서 목회를 한지 만 19년 되던 해 교회를 사임하고 임지를 옮긴 일이 있다. 교회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목회자 불신이나 당회원과의 갈등도 전혀 없었다. 평탄하고 평안한 목회를 하고 있던 중 1년만 더 있으면 공로목사, 원로목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 자리를 사양하고 임지를 옮긴 것은 이 교회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길 뿐이라 생각해서였다. 당회원 식사 대접을 내가 하면서 내가 떠날테니 붙들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잘한 일이라거나 자랑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당시 필자의 생각으로는 교회 재정이 5억 이상만 되도 원로목사님 한 분 추대한다는 것이 그렇게 큰 부담되는 일은 아니었으나, 2~3억 되는 교회에서 원로목사님을 모시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원로목사나 공로목사의 미련을 버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신학교를 다닐 때 채플시간에 들었던 故 한경직 목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생생하다. 목사는 3가지를 초월하면 일단 목회를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이다. 돈과 색(色)과 명예를 말씀하셨다. 목회를 정년까지 하고 은퇴를 하는 것 그 자체가 은혜요 축복인데 무슨 명예가 있을 수 있을까? 원로목사라고 해서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은퇴목사라고 해서 목회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면 원로목사가 아니라고 기죽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은퇴를 한 달 앞두고 준비하는 나에게 당신은 원로목사가 못되고 은퇴목사이기에 그런 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런 뜻이 아니니까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창희 목사  / 함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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