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08년 겨울에 들려진 '사랑의 기도'

<7> 2008년 겨울에 들려진 '사랑의 기도'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강희영 선교사
2015년 09월 07일(월) 16:43
▲ 한국교회를 위해 울면서 기도하는 우크라이나 성도들.

거주지인 키에브로부터 서북쪽 300여km 떨어진 곳에서 초청이 있어 가야 했다. 겨울이기에 머릿 속에 복잡한 생각이 앞선다. 눈길이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도 아닌 지역이라는데, 동료에게 말하니 위험하니 다음에 가라고 한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 앞의 강가를 거닐며 영하 20도를 넘는 추위에 얼음 낚시를 하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곳에서 꽁꽁 얼어 붙은 드네프르 강 위에 점점이 모여 두꺼운 얼음을 깨고 낚시를 드리우고 추운 강바람을 견디는 그들을 본다. 지나는 사람들은 웃는다. '이 추위에 뭐하는 짓인가….' 하루 종일 앉아서 얼마를 잡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아침부터 나와 앉아 있다.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며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선교지의 상황이 어느 곳이나 한겨울 얼어 붙은 강과 같다. 그러나 그 얼음 속 저 깊은 데는 네가 낚아야 할 살아 있는 영혼이 숨쉬고 있다. 춥다고 창 너머로만 바라 보겠니? 그러면 얼음 낚시의 그 묘미를 모른다. 그럼, 구경꾼이 될래? 그러면 너는 얼마 구경하다 불평하고 추위로 인해 떠나게 되겠지. 너는 얼음 낚시꾼이 되거라! 추위로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한 겨울이라도 그 속, 얼음 속에서 입질하는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 손 끝에 닿아지는 생명의 가녀린 호흡을 느끼며 기쁨과 기다림 속에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너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그 기쁨을. 얼음 낚시꾼이 되거라! 너로 하여금 기쁨과 희망으로 인해 추위를 잊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망설임을 뒤로하고 달려간 그 길 끝에는 주의 백성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들판이 온통 하얀 눈으로 길과 벌이 구분이 안되는 곳을 10여리를 걸어서 예배에 참석한 이들을 만났다. 예배 장소도 없어 마을에서 제일 큰 집에 모였다. 믿지 않는 아들도 있지만 동네 잔치라 여기고 집을 내주었다고 하였다. 시골이기 때문에 가스도 없어 나무로 때는 페치카에 의지해 한겨울을 지내고, 나무로 만든 창틈엔 북풍의 한 서린 바람이 들어온다. 전기 사정도 좋지 않아 항상 석유 등불을 한 켠에 켜 놓는다. 그 곳에 모여 함께 기도하며 주님이 주시는 "너는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말씀을 전하며 오늘 나를 여기 보내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니 그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기를 주저하지 않고 손을 모은다. 그들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 속에 얼굴색은 달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하나된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사랑의 가족임을 느낀다.

주여! 숫자를 세고, 효과를 계산 하였던 저의 모습을 용서해 주옵소서. 땅 끝에서 주의 말씀을 갈망하며 이웃의 구원과 한국교회를 위해 눈물 흘린 저들을 축복해 주옵소서. 한국교회를 향한 그들의 축복기도를 이루어 주옵소서!

강희영 선교사 / 총회 우크라이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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