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그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 NGO칼럼 ] NGO칼럼

박현홍 대표
2015년 08월 11일(화) 14:00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나는 기부를 한다… 이미 나사가 1천 개도 더 빠졌을 거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명품 구두 브랜드)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온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겠고, 이쪽도 저쪽도 놓칠 수 없다." - 백영옥의 소설 '스타일' 중.

소설 '스타일'의 화자는 자신의 두 가지 욕망에 대해 적잖이 고민한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속물적 욕망과 제3세계 아이들에 대한 선량한 욕망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은 어쩌면 여기저기서 접하는 기부요청에 응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면서 제자 된 삶에 대해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배웠고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라고 예수님께서 그토록 신신당부 하셨지만 고단한 세상살이에 이웃을 돌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욕망의 '타협'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 앞가림도 못하지만' 기꺼이 부담을 지고 소유를 나누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할까?

소득의 일부를 떼어 정기적으로 혹은 일시로 기부를 하는 많은 이들의 선행과 선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험과 불행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일단 가진 재물을 나누기로 한 마음이 귀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혹시 그것이 애초의 선의와는 달리 세속적인 욕망에 마음을 온통 내어주고 남다를 것 없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기회를 한 번쯤 가진다면 더 좋겠다. 진정한 도움이란 도움을 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사회복지 NGO로서 아동 청소년 멘토링 전문기관인 러빙핸즈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2007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잘 연결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러빙핸즈가 특히 주목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한부모 또는 조손 가정의 '1018(만 10~18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생계 문제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많은 시간을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이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간의 일시적 도움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정서적인 지지'라는 믿음으로 올해 9년차 '러빙핸즈 멘토링'을 꾸려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성인 남녀가 러빙핸즈 멘토링 아카데미를 수료했고, 그들 중 200여 명이 10세에서 18세의 아동 청소년과 일대일 만남을 수년 째 지속하고 있다. 러빙핸즈 멘토링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성'이다. 멘토로 자원한 이들은 총 18시간의 전문적인 교육을 마친 후 멘티를 만나는데, 한 달에 두 번 이상 만나서 밥먹고 수다 떨기를 아이가 성인(18세)이 될 때까지 하게 된다. 그저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며, 한 아이의 어른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다.

성인이라도, 이 험한 세상에 혼자서 '제 앞가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남을 돕는 일이랴. 하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다. 러빙핸즈가 안내하는 만남은 기본적으로 일대일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대이자 하나님 나라를 위한 꿈을 나누는 일이라고 감히 도전해본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러빙핸즈 멘토링은 나눔과 성장의 기회로 활짝 열려 있다.

박현홍 대표 / (사) 러빙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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