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역할 인정할 때 삶에 웃음이 생긴다

다양한 역할 인정할 때 삶에 웃음이 생긴다

[ 희망편지 ] 희망편지

장보철 교수
2015년 07월 28일(화) 14:39

못 쳐도 웃는다. 아웃되도 웃는다. 내 팀도 상대 팀도 없다. 그저 편하게 웃는다. 2루에서 아웃되면서 자기를 아웃시킨 선수와 얼싸안고 웃는다. 이게 경기인지 아니면 장난치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프로야구 올스타 게임 풍경이다. 악착같이 싸우고 이기려고 하던 선수들의 표정이 그날만큼은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자기 팀에서 1루수를 하던 선수가 3루를 맡는가 하면, 좌익수가 우익수로 둔갑을 한다. 각 팀 감독들이 코치자리에 서 있는다. 어떤 감독은 1루수 자리에 서서 선수들의 장갑을 건네 받고, 다른 감독은 3루 코치가 되어서 열심히 팔을 돌린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웃고, 또 웃는다. 쑥스러워서 웃는건지, 자기도 재미있어서 그런건지, 아무튼 웃음꽃이 만발이다. 그래서 관중석에서도 파안대소가 터져 나온다. 관중과 선수와 감독 모두 웃어서 행복한 날.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우리는 왜 이리도 아픈 것인가? 삶이 우울하기도 하고, 실패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도무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이 허망한가? 물론 정말로 실패했거나 무기력증에 빠져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나 삶의 목적, 혹은 기대감, 성취욕,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슬픔과 상처와 인생의 무의미함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일, 정말 인생이 자신이 세운 방향으로만 진행되어야만 한다고 믿으며,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에만 행복하다고 한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인생이라는 여정에는 여러 개의 길이 있으며, 그 길에 따라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이라는 무대는 올스타 경기와 유사하다. 자기가 아무리 슈퍼스타라 할지라도 다른 포지션에서 뛸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는 경기장에 나설 수 없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유능한 감독일지라도, 3루수 코치로 정해지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하신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바라지 않는 일들이 닥칠 때도 있다. 그럴 때,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삶이 무너져 내렸다고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른 역할을 주셨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길도 보여주셨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늘 희망이 샘솟는다. 우리 안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넘친다.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조금 모자라 아웃되더라도, 다음에는 세이프 될 것을 믿으며 일어나 툴툴 털어버리며 웃음으로 또 달리는 전천후 플레이어, 그의 이름 크리스찬이다.  
 
장보철교수/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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