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

[ NGO칼럼 ] NGO칼럼

김성희 상무
2015년 06월 16일(화) 15:47

근래에 개봉된 두 편의 영화,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인류 문명이 종말에 다다르게 된 원인은 각각이다. 인터스텔라에서는 필시 유전자를 조작했을 종자로 대규모 단일작물 경작을 한 탓에 작물의 바이러스 내성이 낮아져 식량작물이 멸종한 때문이고, 매드맥스는 핵전쟁 때문이다.

인간의 지능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가장 높고, 자연과 환경을 마음껏 개조하면서 인간의 복락을 무한히 넓혀갈 것처럼 자만해 왔지만,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우리들 일상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지난 5월, 일주일 남짓 독일 농촌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 속 절망적인 세계와 정반대로 멀리 알프스의 흰 산들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 낙원의 풍경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생태순환을 위해 1헥타르, 약 3천 평 당 소 1마리로 사육 두 수를 제한하고 있는 점이었다. 질소 배출 총량을 헥타르 당 170kg으로 제한함으로써 미생물이 소똥을 모두 분해시켜 잘 삭은 유기질 퇴비로 땅에 돌려보내 작물에 흡수돼 순환되게 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로 농가들이 발전을 하면 1kWh당 28유로에 정부가 매입하는데 일반 전기요금은 23유로라고 했다. 정책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온실가스와 오염원도 줄이고 에너지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것과 함께 농가 지붕마다 올라가 있는 태양광발전 패널을 보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에 독일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독일은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뒤, 10년 만에 빠르게 경제를 복구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뒤, 1954년 의회에서 농업정책을 채택하고 4가지 기본목표를 설정했다고 한다. 첫째, 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삶의 질을 공유하며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 둘째, 농민들은 일반 국민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셋째, 농업을 통해서 국제 식량문제 해결 및 국제 농업교역에 기여한다. 넷째, 농업을 통해 자연 및 문화 경관을 보존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을 보존한다. 이러한 원칙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식량 생산과 경관 보전,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하기 위해 농촌에 농민들이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굳건하기에, 일정 면적 내에 거주해야 하는 인구 수를 아예 법으로 규정해 놓고 농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독일이 속해 있는 유럽연합은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농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금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농민이 농촌에 거주하는 것이 농민들만이 아니라 독일 국민과 후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사회 전체가 합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만나본 독일의 농민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의 후계자 되기 위한 과정을 착실히 밟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도 농부로 기르기 위해 트랙터 운전석 뒤에 태우고 다니며 농사 일을 하고 있었다. 농부의 아들이 농부로 자라야 한다는 것은 어떤 당위에 대한 강요가 아니라 자식에게 자연스럽고 행복한 삶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의 발현이었다.

독일은 식량자급률이 140%가 넘는 나라다. 우리는 2013년 기준 식량자급률 23.1%였다. 쌀을 제외하면 3.7%에 지나지 않는다. 단기간에 경제를 개발하고 소득수준을 높인 점에서 한국도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라인강의 기적'에 빗댄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여기까지 달려왔던가. 왜 우리 주변에는 자기 삶을 자랑스러워 하며 자식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살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독일 농촌의 푸른 초원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미래는 대가 없이 불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이 녹색 생명의 혜택을 후손들이 이어갈 수 있게 우선은 농업을 지키는 일부터 함께 나서야 한다. 절박한 문제다.

김성희 상무 / 한살림연합 기획홍보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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