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자(知足者)의 삶

지족자(知足者)의 삶

[ 논단 ]

박종판 장로
2015년 06월 09일(화) 16:23

언젠가 대구에 있는 문씨 가의 문중제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문에 쓰인 '얻었다 한들 본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이라는 글귀를 보면서 빈손으로 왔다 가는 '공수래공수거' 인생의 뜻을 담은 의미 있는 글로 느낀 바 있다. 바울도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 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고 했다.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필요로 하는 것 외에는 바라지 않는 것이 믿는 자의 자세이며 삶에 원칙이 되어야 하리라. 탐심이란 밑 없는 수령 같아서 절제하지 못하고 사치와 넘치는 풍요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것은 계명에 위배된 죄악이요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리라.
 
오늘날의 삶은 환경의 지배조건 아래서 전쟁과 같은 힘겨운 고난의 삶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땀 흘리기에 바쁜 각박한 세상이 되어 믿음으로 지족자(知足者) 삶을 살아가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워져가는 세상이다 우리 마음 속에 탐욕을 버리지 않고는 성령이 주장하는 진보 있는 믿음의 삶으로 결코 나아가지 못하리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소서"라고 한 아굴의 기도를 오늘 우리들의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 그 응답 안에서 우리 모두 지족자의 삶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정녕 천국이 되리라. 주님 한분만으로 만족을 누리며 살아야 할 우리는 왜 낮에 해처럼 밤에 달처럼 어둔 세상 비춰가며 욕심 없이 그러한 지족의 삶을 누리지 못할가?
 
공자는 나이 칠십이 되어서야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노탐 노욕'이 살아나 백세를 못 사는 인생이 천년의 계교를 짓는 자들이 있다. 다 살아서 신앙 인생을 실패하고 '군자 말년에 배추씨 장사' 꼴이 되어 노경을 곤고한 인생으로 사는 자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탐욕으로 부를 축적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며 법정싸움을 하고 있는 덕스럽지 못한 교계지도자들의 인생 말년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익지서에도 '악한 탐심으로 가득 차면 하늘이 목을 벤다'고 했다
 
믿는 자들이여! 우리의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는 탐욕의 뿌리를 반드시 뽑아내야 하리라. 그래야 믿음으로 사는 우리의 마음에 진정한 낙(樂)이 자리하게 되리라. 하박국 선지자는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라고 기도했다. 이러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지족가락(知足可樂)의 삶이 아닌가?
 
순자(荀子)의 글에 "군자는 작(爵:벼슬)이 없어도 귀하고 녹(祿:녹봉)이 없어도 부하고 말하지 않아도 믿음직스럽고 화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고 궁한 곳에서도 번영하고 홀로 있어도 즐거워한다"고 했다. 세상의 군자들도 이런 삶을 추구했는데 하물며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할 우리들이랴.
 
우리 모두 비우고 내가 주인삼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리라. 정녕 믿음 안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누리게 되리라. 옛글에도 '지족자는 빈천역락(貧賤亦樂)'이라 했으니 족함을 알면 빈천한 처지에 있어도 늘 마음이 평안하고 즐겁다는 말이 아닌가?
 
나옹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 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라고 노래했다. 탐욕을 비우고 자연에 순응하며 천심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우랴! 우리는 머물다 가는 과객인생! 말씀 안에 살면서 비우고 버리면 하나님께서 영원한 것으로 반드시 우리에게 채워주시리라. 신앙의 사람은 정녕 이 믿음으로 살아가야 되리라.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신 삶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감사하면서 우리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기대치를 높여가는 성화의 삶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우리의 남은 인생 주의 평강 안에서 하늘 소망으로 채워진 부푼 가슴을 안고 거룩하게 살다가 모든 장벽을 넘어 그침 없이 복음을 전하면서 자유로운 손으로 주님을 섬기다가 영광된 모습으로 주님 앞에서는 모두가 되어야 하리라.

박종판 장로/대구애락원이사장 서부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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