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풍을 갈 수 있다면

내가 소풍을 갈 수 있다면

[ NGO칼럼 ] NGO칼럼

윤동인 관장
2015년 06월 01일(월) 16:25

헬렌 켈러! 그녀는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열병을 앓은 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 장애를 지니는 운명에 놓인다. 하지만 장애인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훌륭한 스승 설리반을 통해 헬렌은 지적이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풍부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뛰어난 문필가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복음을 심어 주었다.

또한 그녀는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을 쓴다. 그 에세이가 바로 '3일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다음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겠다. 마지막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싶다.

장애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꼽는 내용이 여행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장애인 10명 중 9명이 여행을 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가고는 싶지만, 이동 편의시설 부족과 여행 비용 그리고 동행한 가족들에게 불편을 주는 미안함' 등으로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여행에 대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일 것이다. 대화 중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 헬렌켈러가 떠올랐다. '누구에게는 별일 아닌 손쉬운 일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절실함과 결심이 요청될 수도 있겠구나.'

소풍을 원하는 장애인과 그 가족은 동두천시장애인복지관에 신청만 하면 된다. 한국장로교복지재단 동두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을 위해 봄맞이 통합나들이 '우리 함께라서 좋은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우리 함께라서 좋은날'프로젝트는 무려 350여 명의 참여 인원과 50여 대의 차량을 필요로 하는 예상을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로 확정되었다.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동두천시는 물론 동두천ㆍ연천ㆍ포천경찰서, 동두천의용소방대, 각 봉사단체, 동두천시 개인택시조합 한솔회에서 너무나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장애인의 안전과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게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아침 일찍 모처럼 모양내고 나온 장애인분들을 모시고 동두천경찰서의 에스코트 아래 진행된 소풍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산정호수로 향하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짝꿍은 함께 산책로를 거니며 '딱 오늘만큼만 행복하기' 등의 따듯하고 정 깊은 대화로 소통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맛있는 점심 후 이어진 특별 이벤트 보물찾기와 숲 속의 레크리에이션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차별화된 즐거움을 제공하였고 특히 장기자랑 시간을 통해 자신의 숨겨져 있던 춤과 노래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은 상상 이상의 감동과 놀라움을 주었다. 소풍을 함께한 어느 고령의 장애인분이 함박 웃음지며 들려준 얘기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복지관에서 우리에게 이런 대접을 해주니 너무 행복해서 이제는 죽기도 아까워요."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님의 향기가 가득했던 장애인을 위한 봄맞이 통합 나들이 '우리 함께라서 좋은날' 소풍에서 제일 큰 은혜 받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선한 일을 행하려 노력한 모든 참 좋은 사람들에게 축복 가득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윤동인 관장 / 동두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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