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처럼 살아야지요!"

"예수처럼 살아야지요!"

[ NGO칼럼 ] NGO칼럼

김경태 목사
2015년 05월 25일(월) 16:21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선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며 40일 릴레이 금식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기도자로 참여해서 자리를 지키는데, 60대 중반쯤 되시는 어르신께서 오셔서 한 30분가량을 이 얘기 저 얘기 늘어 놓으신다. 그러시다가, "제가요, 교회를 수십 년 다녔구요. 전도활동도 미친 듯이 했고 신학교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 문턱도 안 넘습니다. 왠 줄 아세요? 다 사기꾼들이에요. 맨날 입으로만 '예수', '예수' 그러지 예수처럼 살려고 하지 않아요. 백날 천날 예수 믿으라고 가르치면 뭐합니까? 예수처럼 살아야지요!"

'그래, 이런 저런 사연 가진 사람들 많은 세상이지'하며 흘려보냈지만 그 어르신의 진지했던 표정과 함께 마음 한 구석에서 울려오는 무엇인가가 있다.
오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은 비단 잘못된 세상의 오해와 착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설령 오해와 착각이 있다고 해도 그것 또한 교회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들이 대부분이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고난에 참여하고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는 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가난한 자들을 섬기는 일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다. 여기에는 이념이나 사상 또는 그 어떤 요소들이라도 비타협적이어야 하고 최우선적인 헌신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교회들의 길은 여기에서 너무 멀게만 보인다. 교회 안에서 고생스럽고 힘든 일들을 감당하는 것은 희생과 헌신이라며 칭찬과 격려를 한다. 그러나 세상의 아픔과 고난을 향해서는 남의 일이며 오히려 판단의 대상이 될 뿐이다. 권력과 재력으로부터 억압받고 쫓겨나 아파하는 자들에게는 엄격하게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그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이웃에게 먼저 한 사람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라 하셨지만, 교회는 예배가 급하고 전도가 급하며 다양한 교회의 일들로 바쁘고 또 급하다.

그 낯선 어르신에게서 다시 교회의 길, 예수의 길을 묻게 된다. 교회가 또 하나의 우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교회라는 새로운 면죄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의 길에 교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백날 천날 예수 믿으라고 가르치면 뭐합니까? 예수처럼 살아야지요!"

김경태 목사 / 핵없는세상부산기독교연합회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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