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대림절의 특명 : '빈 의자'를 준비하라

<20> 대림절의 특명 : '빈 의자'를 준비하라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5월 18일(월) 17:57
▲ 16세기 화가 보티첼리의 '신비한 탄생'. 기독교 그림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아기 예수의 처음 오심은 다시 오실 심판을 위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왜 대림절은 4주간이며 또 언제 만들어진 원칙인가? 간혹 접하는 질문일 것이다. 대림절은 겨울에 시작되지만 그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됨이 좋은데, 이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성탄주기(Christmas cycle)는 대림절로 시작된다. 대림절을 뜻하는 라틴어 어드벤투스(Adventus, 영어는 Advent)는 헌신적으로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신이 직접 성전에 내려온다는 이교도적 기원을 갖는다. 또한 이것은 로마제국에서 최고 통치자가 어떤 곳을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하게 될 때에도 사용되었으나, 후에는 그리스도가 우리 가운데 처음 오신다는 것을 뜻하며 기독교의 언어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대림절은 이 땅에 처음 오시는 아기 예수를 기다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제 2 바티칸 예배 개혁 이전까지 대림절은 교회력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놓여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대림절 마지막 주일이 교회력의 시작인 성탄절로 이어지면서 종말을 고대함에서 이미 오신 아기 예수님을 기념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초점이 옮겨지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며 20세기 중반에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진영 모두가 대림절을 교회력의 시작으로 결정하였는데, 이로써 대림절이 성탄을 준비하는 공식적인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재림과의 연관성도 남겨두고자 하였기에 대림절 첫째와 둘째 주일은 종말론적 다시 오심을 갈망하도록, 셋째주일부터 넷째주일은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을 다시 상기하도록 구성하였다.

로마교회가 대림절을 위한 성서정과와 예배의식들을 만들고, 기간도 6주에서 4주로 단축하며 체계화하던 6세기 후반에, 이미 북 이탈리아, 가울(프랑스)과 스페인 지역에서는 '작은 사순절'이라 불릴 정도의 금욕적인 대림절이 활발하게 행해졌다고 380년 사라고사(Saragossa) 공의회가 증언하고 있다. 이처럼 대림절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가, 20세기에 와서 재림과 성탄을 함께 기다리는 절기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따라서 대림절 예배와 설교에서는 처음 오신 주님과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두 기다림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16세기 이탈리아 종교화가 샌드로 보티체의 '신비한 탄생'이란 그림은 이러한 성탄과 재림에 대한 소망과 기다림이 동시에 표현된 최고의 작품으로 찬사를 받는다. 또한 역사적으로 대림절을 위한 최고의 상징은 '빈 의자' 이미지인데, 주님의 보좌를 뜻하는 이 '빈 의자' 상징은 비잔틴 양식을 따라 만들어진 로마 예배당들의 모자이크 벽화들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심판 날에 보좌에 앉으실 주님을 고대하면서 빈 의자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대림절과 성탄절 예배와 축하잔치들이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다.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내용이 너무 진부해서 회중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림절의 신학적 다양성을 반영하며 여름부터 준비한다면, 생각보다 훨씬 풍부한 성탄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림절은 믿는 자들의 각 마음속에 주님의 빈 의자를 준비하는 종말론적 비움의 시간으로 시작해보자.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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