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스승을 생각하며

사회복지 스승을 생각하며

[ NGO칼럼 ] NGO칼럼

이계용 원장
2015년 05월 14일(목) 08:41

매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보니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과 가정의 화목을 생각하며 기념하는 날들 가운데서도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요즘 세상에 스승은 없다는 말들이 난무하고 가장 먼저 사라질 기념일로 스승의 날이 거론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착잡해지는 것은 중년 이상의 사람들 대부분이 느끼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스승에게 감사한 마음을 기리는 날이면서도 촌지문제 등으로 시끄럽게 사회면을 장식하고 이제는 교사들 마저도 스승의 날을 기피하는 가슴 아픈 날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참스승과의 만남으로 참된 인생의 삶으로 살게 되고 오랜 시간 동안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관계할 수 있는 멘토가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느끼게 되는 나이가 되어보니  산업화를 넘어 고도로 정보화 되어가는 현재의 각박한 현실에서 스승의 날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지금껏 살아오는 중 여러 스승이 있었지만 사회복지사로서 지금껏 일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전국노인복지시설협회(현 노인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고(故) 화봉 김용성 회장을 떠올리게 된다. 근무하던 복지관의 모법인인 사회복지법인 자선단의 대표이사이기도 했던 고인은 2003년 84세로 별세하기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사회복지현장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실천했던 우리나라 1세대 사회복지사였다.
자신이 원하고 스스로를 위한 복지가 아닌 하나님의 일로서 기도로 간구하며 이 땅의 헐벗고 굶주렸던 전쟁고아와 장애인, 홀몸노인과 한국에 버려진 일본여성 등 국가도 관심두지 않았던 복지대상자를 위해 성경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배웠던 것이 필자가 사회복지사로 현재까지 일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교회 장로였던 고인은 생전에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의 원로로서 제도적으로 이 땅에 복지사업이 정착되고 발전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었던 선구자였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 12:24)는 말씀을 사명으로 여기며 많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구제하는 사업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1944년부터 시작하였고 제도적으로 취약한 복지시설 운영개선을 위해 협회 설립 및 활동으로 복지대상자의 인권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책제시 및 입법화에 기여하였다.

필자가 법인산하시설에서 중간관리자로 10여 년 넘게 그 분과 일하는 동안 고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하대하거나 상명하달의 지시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연령고하를 떠나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경청과 협의의 자세와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환경 조성을 위해 한결같이 노력하는 섬김의 복지를 보아왔다.

또한 고인은 국내외에서 사회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던 수천만원의 상금 전액을 90년대 한국사회복지협회와 전국노인복지시설협회에 기탁하여 매년 대한민국 사회복지발전에 공헌한 사람과 노인복지시설 직원 중 우수 직원을 선정하여 상장과 상금을 시상하는 우봉봉사상과 명화봉사상을 개인으로는 국내최초로 제정하는 등 믿음과 소망, 사랑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하나님의 일꾼이었다.

그렇게 하나님의 종으로 사명을 다했던 고인은 개인적으로 평생동안 어떤 물질적 재산과 부를 소유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유산상속 없이 하나님께 봉헌하고 사회에 기부한 가운데 살아왔음이 임종 후 확인돼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현재 우리사회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복지에 대한 욕구와 정부나 정치인들의 복지관련 공약 남발로 예산확보와 투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복지는 모든 이가 사랑과 행복이 충만하게 되는 것이라 알아왔는데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복지는 돈이고 그것이 있어야만 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가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이 말씀으로만 그쳐버리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주의 종으로 헌신했던 사회복지 스승을 그리며 떠올리게 되는 5월이다.

이계용 원장 / 청운실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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