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한국교회를 살린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한국교회를 살린다"

[ 특집 ] 5월 특집-좋은 유권자가 되려면

이상민 변호사
2015년 05월 06일(수) 13:20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의 잔치이다. 그 사회를 위해 일할 사람들을 구성원들의 손으로 뽑기 때문이다. 선거권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이다. 이 권리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타인이 대신 행사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도 초창기부터 선거권의 이와 같은 중요성을 강조해왔다.(헌법재판소 1989. 9. 8. 선고 88헌가6 결정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중요한 만큼 유권자들은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후보자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후보자들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제공받는 데서 그쳐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야 한다.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야 한다. 선거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을 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을 욕하기에 앞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인 선거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후보자를 잘 알아야 한다.
 
교회 및 교단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보자가 누구인지, 어떤 경력을 지녔는지, 어떤 신앙관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약속을 하는지 등에 관해 열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교단 선거법은 각 후보자에게 공정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해야 한다.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뽑을 사람을 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선거에서 지연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지역 감정이 선거에서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된다. 같은 시, 군 내에서도 동이나 읍면에 따라 투표성향이 확 달라지는 일도 있다. 학연도 무시못할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향우회, 동창회 모임에 꼭 얼굴을 비춘다.
 
교회선거에서도 지연, 학연 등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연, 학연 등이 바람직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우리 지역 사람, 우리 신학교 동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능하거나 바른 사람은 아니다. 단지 우리 지역 또는 우리 동문에게 좀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사람일 뿐이다. 우리 지역이나 동문에게 이익인 것이 교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 지연, 학연을 기준으로 투표하면 우리 지역이나 동문의 이익은 신장될지 모르지만 교회 전체, 공동체 전체가 병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후보자를 고르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기준을 각자 정해야겠지만, 지연, 학연 등은 첫 번째로 벗어나야 할 유혹이다.
 
유권자로서는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후보자를 제대로 분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특히 교회 선거에서는 반드시 기도해야 한다. 후보자를 잘 파악하고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야 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투표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또한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사회 선거에서도 돈을 뿌린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열린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 풍토가 깨끗해졌음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아직도 교회 선거에서는 돈 봉투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금권선거가 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돈을 뿌리는 후보는 그 자체만으로 자격미달이다. 경력, 공약 등을 더 볼 것도 없다. 돈을 뿌려 교회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이는 돈을 주고 성직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교회 선거에서 주고받는 돈의 출처가 대부분 성도들의 헌금일 것이라는 점이다. 성도들의 정성, 눈물, 헌신이 들어 있는 헌금으로 표를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권선거는 교회선거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교회와 교단의 앞날을 좌우하는 크고 작은 선거에서 아직도 돈 봉투가 횡행하는 것은 거리낌 없이 돈 봉투를 받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 권리를 돈 몇 푼에 팔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단호하게 돈 봉투를 거절해야 한다. 나아가 금권선거를 시도한 사람들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표로써 응징해야 한다. 금권선거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입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실제로 불이익을 입어야만 금권선거가 사라질 것이다. 유권자 개개인이 금품이나 향응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임이나 단체도 선거를 이용해 후보자들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도 중요하지만 금권선거를 막고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단 선거법에 금권선거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규정을 둬야 한다. 특히 금품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받은 금품 등의 수십 배를 제재금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 돈 봉투뿐만 아니라 향응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공정하고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금품 등을 받은 것으로 인해 수십 배의 제재금 처분을 받고도 제재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총대 자격을 제한하거나 총회 임원 선거 등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금권선거 관련자에 대한 교회 재판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의 경우 1심은 6개월, 2, 3심은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교단선거의 경우 당선자의 임기가 단기간인 경우가 많으므로 사회 선거보다 더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당선됐다는 이유로, 임기가 끝나간다는 이유로, 금권선거에 대한 제재가 유야무야돼서는 안된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탄식이 나온다. 가슴 아픈 일이다. 금권선거가 아직도 교회선거에서 핫이슈라면, 교회선거는 아직 1950~196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교회 선거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돈 봉투를 거절하며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투표한다면 교회 선거가 바뀔 수 있다. 교단 선거법의 개정은 유권자들의 결단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의 결단과 교단선거법의 개정이 선하게 강한 상승 작용을 하여 부적합한 사람들을 교회선거에서 걸러낸다면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교회 선거가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는 잔치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깨어 있는 유권자가 한국교회를 살린다.

 

이상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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