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를 세워야 할 때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를 세워야 할 때

[ 특집 ] 5월 특집-금권선교 근절 교회로부터

조성돈 교수
2015년 04월 29일(수) 15:17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가 있으면 돈과 선물이 난무했다. 보통 어느 집이든지 그러한 선거철에 받아놓은 물건들이 하나 둘 씩은 있었다. 소위 말하는 대통령 시계나 어느 국회의원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 아님 적어도 수건이나 기념품들이 꽤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선거에 대한 법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거 기간에 금품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으면 50배의 벌금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적발하여 처벌이 이루어지니 그 흔하던 단체관광, 단체식사, 돈봉투와 선물들이 사라진 것이다. 정말 어느 한순간에 선거가 깨끗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은 상당히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다시금 교계를 돌아보게 된다. 교단 총회장이 되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물론 해가 지날수록 그 액수가 같이 올라가는 것은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자칭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에서 이러한 돈봉투 이야기가 나왔다. 전임 회장이 나도 돈봉투 돌려서 회장이 되었고, 자신의 전 회장도, 그리고 자신의 후임인 현재 회장 당선자도 돈봉투 돌려서 회장되었다고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잇달아서 그 봉투를 돌렸다는 사람, 그 봉투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양심고백을 했다.
 
물론 진정성에 의심이 있었지만 그렇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서 밝혔으니 파장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양심고백을 한 전임회장, 양심고백의 대상이 된 회장 당선자, 그리고 돈을 돌리고 받았다는 사람, 그 아무도 책임을 느끼고 공직에서 사퇴를 하거나 공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임회장과 회장 당선자는 오랜 싸움 끝에 서로 화해하고 잘 지내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그렇게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을 보면 우리의 의식이 과연 이 세상의 상식과 비교해 보았을 때 더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세상에서도 그러한 일이 있으면 처벌을 받고, 당선이 무효 되며, 돈을 받은 자는 50배로 벌금을 물어야 되는 세상이 되었는데 교계는 아직도 그러한 검은 선거가 가능하며, 적발되고 공개되어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겪게 되면 실은 에스겔서에 나오는 하나님의 말씀이 두렵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 요란함이 너희를 둘러싸고 있는 이방인들보다 더하여 내 율례를 행하지 아니하며 내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너희를 둘러 있는 이방인들의 규례대로도 행하지 아니하였느니라."(겔 5:7)
 
개인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3년 전부터 교단선거법 개정운동을 펼치고 있다. 법률전문가로 변호사 한 분이 참여하고, 몇 교단의 목회자들도 함께 하여 이 운동을 펼쳤다. 그때 각 교단의 선거법을 살펴보았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예를 들어서 선거운동을 할 때 어떤 것이 불법인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즉 돈을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행사에 후보자를 부르는 것, 교회에 설교자로 초청하거나 찾아가는 것 등이 대표적인 불법선거의 모습인데 이러한 것에 대한 지적이 없다. 또 하나는 이러한 불법이 적발되면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조항이 없다. 선거법에 보면 미비하나마 어떤 것이 불법이라고 적시된 것이 있다. 그런데 선거 가운데 그러한 불법을 저지르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처벌을 받는지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불법의 조항은 나와 있는데, 그러한 것이 적발되거나 고발되었을 때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또 행여 그러한 것이 명시되어 있을지라도 고발하고 재판 과정을 거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들도 많았다.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의 임기는 보통 1년인데 현실적으로 고발되거나 적발된 사람들의 재판과정이 1년 가까이 이루어져서 처벌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냥 임기를 채우고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불법은 선거 과정에 요령이 되고, 꼼수가 난무하여도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가 없어서 선거는 과열되고 타락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 같다.
 
고대교회에서는 감독이 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 자리는 영광의 자리라기보다는 죽음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고대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세례를 늦게 받았다. 그들은 믿기를, 세례 전에 지은 죄는 세례 가운데 사해지지만 세례를 받은 이후에 지은 죄는 용서가 안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세례를 받아 죄 지을 기회를 없애려 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재밌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감독으로 선출되었는데 아직 세례를 안 받은 것이다. 그래서 감독으로 선출된 후에 세례를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어느 누구도 감독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감독이 되기 위해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만약 교단의 대표가 되는 일이 이렇게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죽음의 자리였다면 과연 사람들은 그렇게 힘을 다하여 그 자리를 얻으려 할까하는 것이다.
 
장로교단의 총회장으로 역사적인 인물이 한 분 계시다. 그는 금산에서 고아로 어느 집 마부를 하던 사람이다. 그가 예수 믿고 주인 보다 먼저 장로가 되고, 후에 목사가 되어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한 분이다. 그 이름은 이자익이다. 그는 고아로 자라 마부로 시작하였지만 믿는 주인 덕에 공부하고 목사까지 되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총회장을 하였는데, 해방 이후에 총회장을 두 번이나 더 역임했다. 그래서 총 3회나 총회장을 했다. 아마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이야기이다.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총회장을  어떻게 3번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는 가능했다. 그 이유는 총회장이 존경받는 이가 추대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힘 있고, 능력 있고, 권세 있는 이들이 하는 자리가 총회장이 아니라 김제 금산의 작은 교회 목회자일지라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목사이면 교단을 대표할 수 있는 총회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도 3번이나 추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은 존경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이 총회장이 된다는 것은 우리 교단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어야 한다. 그가 행정을 잘 하고 능력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단을 대표할 때 다른 이들의 존경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총회에서 회사를 이끄는 CEO를 뽑는 것도,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영적으로 이끌어 주고, 믿음의 선배로서 존경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요즘 한국교회에 지도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가 존경해야 할 영적 지도자를 상실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앙의 기준을 잃어버린 것 같다. 우리가 믿고 따라야할, 그리고 존경과 경외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을 잃은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교회가 타락하고 이 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린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총회를 통해 정말 하나님의 원하시는 일꾼이 세워지고, 교회가 서고,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서길 기대해 본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ㆍ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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