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오순절인가? 아니면 성령강림주일인가?

<17> 오순절인가? 아니면 성령강림주일인가?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4월 27일(월) 19:07

예수님 승천하신 후 열흘 후, 기독교가 태동하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님께서 임하신 것이다. 동방교회를 포함한 세계 교회들 대부분이 이 날을 '오순절(Pentecost)'로 기념해왔는데, 동방에서는 이 날을 부활절보다 더 중요한 절기로 지킨다. 이 날에 많은 사람들이 회심하고 돌아왔기에 '교회탄생일'이라는 별칭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독교 교회들이 '오순절'을 공식적인 명칭으로 쓰고 있다. 한편 한국 교회는 가톨릭을 포함하여 이 날을 '성령강림주일(대축일)'로 부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개혁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세계 교회들 속에서 찾아보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순절'이라는 명칭이 구약의 전통이기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한다는 목소리가 간혹 들려온다.

그렇다면 오순절은 유대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순절이라는 '펜타코스트(Pentecost)'는 '50일째'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로서 유대인들이 직접 붙인 이름이다. 고대 이스라엘은 유월절 그 다음날부터 50일 동안 밀 추수감사잔치를 드렸는데, 50일째 되는 날에 그 잔치는 절정에 달하며 막을 내렸다. 이 기간에 이스라엘은 출애굽 당시 광야에서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사랑도 함께 기억하고 기념하였는데, 오순절 마지막 날에는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며 장엄하게 잔치를 마무리하였다. 왜 50일인가? 유대인들에게 완전 숫자 7이 일곱 번 반복된 후 이어지는 '50'은 완전한 구원과 해방을 뜻하는데 이것은 희년제도에도 반영되었다.

만일 기독교가 구약의 문화와 단절해야만 한다면, 왜 예수님은 그 많은 날들 중에 하필이면 오순절에 성령님을 보내신 것일까? 왜 초기 기독교인들은 오순절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성경에까지 기록하였는가? 아마도 그들은 오순절에 성령님을 보내신 예수님의 뜻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대인의 오순절은 율법을 기념하지만 기독교의 오순절은 성령을 통한 자유의 복음을 기념한다는 대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초기 기독교인들은 유대교와의 연속성을 지키면서도 기독교만의 고유한 사건들을 덧붙여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대교와의 비연속성을 꾀하였다. 율법의 그림자를 통해 복음의 빛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오순절이라는 표현이 구약의 유산이니 사용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은 성서적이지도 않고 역사적이지도 않다.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며 20세기 초에 등장한 오순절 전통은 스스로를 '오순절'이라 부를 정도이니, 오순절이란 표현은 오히려 성령강림의 사건을 상기시키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오순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나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오순절, 성령강림(주일)'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세계교회와 함께 하고, 나아가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더 유익할 것이다. 이처럼 구약과의 연속성과 비연속성의 균형은 기독교 예배와 복음의 메시지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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