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을 보였노라

본을 보였노라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정현 목사
2015년 04월 06일(월) 18:17

오래 전 서울 시내에 있는 모 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을 때 교육부서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교육전도사님들은 모두 한결 같이 뛰어난 영성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 한 사람 이순우 전도사에게서 더욱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회에서 신학교에 재학중인 교육 전도사들에게는 평일 예배 출석에 대하여 어떤 것도 요구한 바가 없었는데 수요일 저녁예배와 금요 심야기도회에까지 매주 참석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주 지난 후 집이 성남인데 굳이 학교를 마친 후 여기까지 와서 예배를 드리고 가지 않아도 되니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권하였더니 자신이 소속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좋아서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심야기도회 마친 이후 시간이었다. 끝나면 밤 열한시 반이 되는데 전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다 끊기고 더욱이 교회에서는 밤을 지낼만한 여건이 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이 크게 쓰였다. 신학생이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떤 특별한 대안이 있어 보이지도 않으니 결국 어쩔 수 없이 마음씨 착한(?) 필자가 마침 친구에게서 얻은 중고 프라이드 승용차에 교육전도사님을 모시고(?) 매주 성남까지 다녀오는 수밖에 없었다. 매주 기도회 마치면 자정 가까이에나 출발해서 성남을 다녀오는 피곤한 운전을 하면서 다음 주에는 일찍 들어가 편히 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지만 여지없이 그 기대를 저버리고 매주 성실하게 오는 것이었다.


몇 년 후 담임목사님이 은퇴하신 후 강남에 있는 모 교회로 임지를 옮기게 되었는데 부임 후 전임전도사를 한 명 충원해야 한다는 소식에 신대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 전도사가 떠올라서 추천하여 다시 함께 동역할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 전임전도사의 역할은 바로 각 교육부서를 돌아보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몇 주 지나보니 교육전도사님들이 모두 심야기도회에 나와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에 흩어져 사는 신학생들이 그 시간에는 집에 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어떻게 하려고 다 나오는가 하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한 사람을 붙들고 기도회 끝난 뒤에 어떻게 집에 돌아가는가 하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 대답은 교육담당 전임전도사인 이 전도사님이 그 밤에 코스를 정해 각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는 것이었다. 전임사역을 시작하면서 장만한 작은 승용차에 전도사님들을 가득 태우고 나가는 것이 바로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나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하려고 매주 그 고된 일을 시작했느냐고 걱정했더니 목사님이 전에 자신을 밤마다 태워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5)"고 하셨는데 사람은 결국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본받아 갈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김정현 목사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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