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부활절 8부'와 흰 옷 : 기독교인의 정체성 드러내기

<14> '부활절 8부'와 흰 옷 : 기독교인의 정체성 드러내기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4월 06일(월) 18:11

 

   
▲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타나시고, 특히 의심이 많던 도마에게 의심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예수님. 부활절 8일 축제 마지막 날인 '부활주일이 지난 후 첫째주일'에 반드시 읽게 되는 복음서의 말씀은 모든 의심을 풀어주셨던 예수님에 관한 말씀이다.

사순절 동안 고대하고 기다려오던 부활의 감격을 단 하루만 맛보기가 아쉬웠을까? 고대교회는 이 기쁨을 연장하고 싶어 부활주일부터 오순절(성령강림주일)까지를 '기쁨의 50일' 혹은 '위대한 50'으로 정해 여러 모양의 모임들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부활주일부터 그 다음 주일까지의 8일을 '부활절 8부(the Easter octave)'라 칭하며 날마다 신앙집회를 열었다. 기독교는 주일을 '제 8일의 창조'라고 부르는 등 8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 창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4세기 말, 스페인, 프랑스와 밀란 지역에서는 이 8일 동안에 매일 두 번의 예배가 있었는데, 하나는 세례 받은 자들을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이 신앙축제를 위해 모인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주후 389년도의 기록에 의하면 이 기간이 세상의 법으로도 휴일주간이었을 만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했었다.


로마에서는 이것을 '흰옷 입는 주간'이라고도 불렀는데, 세례 후에 흰옷을 받아 입은 입교자들이 예배에 매일 참석하여 그들이 처음 경험한 세례와 성찬의 신비에 대해 '비법전수(mystagogy)'라는 교리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부활절 8부'는 동방교회에서 더 먼저 시작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큰 신앙축제로 남아있다. 이 8일간의 신앙축제가 끝나는 부활절 후 첫째주일은 '도마의 주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도마에게 나타나셔서 모든 의심을 풀어주신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서방과 동방 모두 이 날을 위한 복음서 설교본문으로 요한복음 20:19-29을 선택한다. 고대교회가 세례 후 프로그램들까지 생각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비법전수 교육은 전체 교인들에게까지도 개방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자신들이 이미 알고 믿었던 신앙의 기초들을 재점검하는 겸손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한편 교회는 세례를 받은 자들에게 교회로부터 받은 흰옷을 입고 한 주간 동안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입고 다니도록 격려했는데, 이는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 교회에서는 부활절 8부가 시작되는 부활주일 저녁기도회 후에 간단한 아가페 식사를 행하기도 하는데, 고대관습에 따라 부활절 계란과 빵, 그리고 과일을 준비한다.


세례를 받기 전은 물론 세례를 받은 후에도 그 삶과 신앙을 신학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기획했던 고대교회의 지혜로부터 우리가 다시금 배워야할 것이다. 빠른 성장이나 늘 새로운 프로그램들에 대한 유혹들을 이기고, 예전과 교육에 있어서 기초부터 다시 든든히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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