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정현 목사
2015년 03월 30일(월) 16:48

전임전도사 시절 만난 담임 목사님은 경상도 출신으로 매우 교회를 사랑하시는 분이셨다. 그 분은 항상 작은 것 하나도 아끼고 교회를 쓸고 닦고 관리하는 일에 늘 마음을 쓰시며 지내셨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으셨지만 매우 당당한 목회를 하셨고 교회 규모도 어느 정도 안정된 분위기가 잡혀 있는 교회였다. 그런 만큼 목회자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고 소신있는 목회를 마음껏 펼치고 계신 중이었다. 어느 예배 시간에 그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통해 들려주신 흔치 않은 경험의 교훈은 지금도 소중한 가르침이 되고 있다.

당시 시무했던 교회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전농동 588번지, 속칭 '청량리 588번지'라고 하는 동네가 매우 유명한(?) 사창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목사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목사라고 하는 사실을 사람들이 그 모습만 보고도 제대로 알아보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궁금해지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 행동파 목사님의 궁금증은 그 끝을 보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그것 청량리에 가서 길거리에 나와 서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난 것이다. 삼십여년 목회경력을 가지고 오직 교회를 위해서 살아오신 목회자로의 인생 발자취를 확인하고픈 마음에 차를 타고 7,8분 정도 떨어진 그곳을 일부러 찾아가 전혀 생소한 그곳을 잠시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적어도 자신에게만은 예수님의 거룩한 분위기를 느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들어섰는데 그런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아가씨 하나가 주저함 없이 다가와 팔짱을 끼면서 목사님에게 "피곤하실텐데 잠시 놀고(?) 가라"고 친절하게 권면을 한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적어도 내가 평생을 목사로 살아왔으면 당연히 세상이 나를 알아보아야 당연한 일일 터인데….' 허탈하고 실망한 마음은 그 아가씨를 향하여 짜증섞인 목소리로 팔을 치우면서 곧 표현되고 말았다.

"치아라!!" 이렇게 경상도 특유의 단호한 음성으로 팔을 치우라고 일갈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주눅들어할 줄 알았던 상대에게서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당연히 나이 어린 이 아가씨가 사람을 잘못 알아보았구나 하고 물러설 줄 알았는데 팔을 놓친 아가씨는 오히려 목사님을 향하여 갑자기 뒷통수를 힘껏 한 대 때리면서 한 마디 쏘아부친 것이었다.

"야 이 ××야!! 싫으면 왜 여기는 와서 싸돌아다니는 거야?"
결국 자부심 가득한 자기 점검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들을 향하여 성도들이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잘 구별하여 다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신의 희생을 바탕으로 매우 간곡하게 부탁의 말씀을 하셨다.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살전5:21,22)" 말세를 살아가는 성도들이 귀 기울일 지혜가 바로 이 말씀 속에 들어 있다.

김정현 목사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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