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파스칼 부활초와 빛의 선언

<11> 파스칼 부활초와 빛의 선언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3월 16일(월) 18:39

어떻게 부활절 새벽예배를 준비해야할까? 오전예배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많은 목회자들의 고민이다. 역사적인 부활절 철야(Easter Vigil)에서 좋은 착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부활절 새벽예배의 기원은 부활절 철야예배라 할 수 있다. 기독교 초기부터 사람들은 성탄절 이브처럼 부활절 전야에 교회로 모두 나와 철야예배를 하면서 부활의 새벽을 기다렸었다. 2세기의 터툴리안이 불신자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에 많은 여성들이 밤에 교회에 모이는 것을 우려했을 정도였다.


말씀읽기, 세례, 성찬을 포함하는 이 철야는 '빛의 예전'으로 시작된다. '새 불'을 뜻하는 모닥불에 사람들이 모이면,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커다란 파스칼 부활초를 모닥불로 점화한다. 이어서 그 초를 든 인도자는 회중들과 함께 예배실로 들어가 정해진 위치에 초를 세운 후, 부활의 빛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특별한 선언(Exsultet)을 노래형식으로 선포한다. 부활의 수많은 신학적 의미들이 녹아있는 이 선언은 교부들의 부활절 설교들 속에서 그 초기 형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선언이 끝나면 회중들 각자의 초가 이 파스칼 부활초로부터 점화되었는데, 이 의식은 4세기에는 이미 로마, 아프리카, 스페인, 프랑스 지역에서 행해졌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런데 중세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철야로 모이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리하여 부활절 철야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면서 급기야는 오후 2시에 모여 이 '빛의 예전'을 행했으니 얼마나 형식적이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결국 17세기에 이르러는 화가 난 교황에 의해 법으로 금지된다.


한편 종교개혁자 루터는 이 전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종교개혁 기간에도 이 파스칼 부활초를 이용한 빛의 예전을 이어갔다. 다만 중세를 거치며 가미된 미신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오직 말씀의 빛 안에서 행하였고, 이것은 현대 루터교의 소중한 예배전통이 되었으며 부활절 철야보다는 주로 부활절 새벽 미명에 시행하고 있다. 이 빛의 예전은 루터교, 성공회는 물론 감리교, 장로교 등에서도 권장되고 있다. 한편 로마 가톨릭은 20세기 중반에 다시 '빛의 예전'을 부활시켰다.


이 초는 설교단 근처에 놓고 예배 때마다 점화하지만, 부활주기가 끝나는 오순절이 이후부터는 세례반 옆에 두고 세례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부활과 연관된 예식을 행할 때 마다 점화된다. 모두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보통 1미터 정도 높이의 초를 사용하지만 이보다 더 긴 것도 있다. 동방에서는 이보다 짧은 세 개의 초를 사용한다.


각 교회의 실정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파스칼 초를 켜고 부활의 빛을 선언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전통이지만 지혜롭게 수용한다면 부활절 아침예배와는 차별화된 또 다른 감동의 새벽예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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