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하지 말지니

억지로 하지 말지니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정현 목사
2015년 03월 09일(월) 16:36

1980년대 초반 교육전도사 시절에 교회로부터 예배 시간에 어린 아이들을 돌보라는 특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교회에 자모실이나 영유아부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유치부에 가지 못하는 3,4세 어린이들을 혼자 따로 돌보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1부 예배를 일찍 드리고 오전 9시 2부 예배 시간에는 교회학교 예배를 인도한 후 3부 시간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이 예배에 마음을 쏟을 수 있도록 한 시간 동안 보모 역할을 수행하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혼자서 십여명의 어린이들과 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졸려서 칭얼대는 아이들은 안아 재워주고 단벌 양복 어깨에 침 흘려 놓으면 물수건으로 닦아서 입는 일이 매주 반복되었다. 아무리 재미난 동화를 들려주어도 채 오분이 지나지 않아서 싫증을 내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도 이 어려운 난국(難局)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간식이었다. 무엇을 먹고 있으면 말도 잘 듣고 조용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은 사례를 쪼개서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충분히 준비하였다.

수많은 시도를 다 해보았지만 혼자서 모든 아이들을 질서 있게 정리하고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간식을 먹이는 것보다 더 좋은 비결이 없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고 나면 이전까지 정신없이 분주했던 분위기가 생소하리만큼 조용해진다. 그러면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되어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달라고 조른다.

"전도사님한테 한 개 줄래?" 그러면 이 처량(?) 맞은 요구에 아이들에게서 금방 반응이 온다. 상당 수 아이들이 양손에 과자 봉지를 꽉 쥐고 자신의 몸을 틀어 뒤로 감추려고 한다. 그런데 선뜻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과자를 쥐어 내 앞에 내미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면 예의를 갖추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아이 앞에서 매우 맛있는 표정을 지어가면서 함께 먹는다. 사실 내가 사 준 것인데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맞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작은 손으로 집어 주는 것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 내미는 손을 보면서 매우 기쁜 마음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 다음 주가 되어 다시 간식을 마련하기 위해 가게에 가서 많은 과자들 앞에 서면 그 순간 작은 손으로 과자를 내밀던 그 아이의 얼굴도 함께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다음 주일 간식 시간이 되면 가장 비싸고 좋은 그 과자가 지난 주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고후9:7)" 이미 감당 못할 큰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도 우리의 작은 고사리 손을 보시고 더 좋은 것을 주실 것이다.

김정현 목사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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