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역사를 만든다

희망이 역사를 만든다

[ 논단 ] 주간논단

양병희 목사
2015년 02월 10일(화) 15:13

양병희 목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ㆍ영안교회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많은 분들이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다르지 않다. 한국 기독교는 선교 130년 동안 세계 교회사에 유례가 없는 부흥과 성장을 이뤄왔지만,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밀물처럼 밀어닥친 세속주의와 맘모니즘,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 지금 한국교회가 겪는 세속화 현상은 이미 1세기 고린도교회도 겪은 문제였다. 고린도교회는 분쟁과 음행, 도덕적 방종, 우상숭배, 부활을 부정하는 이단 등으로 교회의 참 모습을 서서히 잃어갔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회의 참된 힘은 세상과 다른 거룩한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있지만 고린도교회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윤리적 영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것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공동체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세상이 교회를 변화시키는 세속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상이 교회 안에 깊숙이 파고들어 와 교회가 세상인지 세상이 교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가고 있다.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상실한 채 도리어 세상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는데 15%의 기독교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이 사회에 그리스도인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맡은 바 사명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와 개혁은 본질의 회복에 있다.

본질을 회복한 한국교회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연합'이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같이 일원화된 조직이 아니라 개교회의 전통과 선교를 존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산 속에 숨어 자아성찰만 하는 종교가 아니라 세상 속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찾아가는 종교'이다. 그런데 교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면 성도들은 당연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성경이라는 우리의 텍스트가 하나인데 당연히 기독교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개교회주의 전통이 강한 기독교는 하나의 '연합단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연합과 일치 운동을 마치 모든 교단·교파와의 차이를 없애고 하나가 되는 운동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교회 연합과 일치를 혼합주의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일치와 연합운동은 각각의 교단과 교파의 특색을 존중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으로 나아가는 운동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보수 진보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마주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사도신경을 같이 고백하는 교회라면 나와 좀 다르다고 모두 틀렸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과거 민주화를 위해 수고한 분들이 교회부흥과 성장을 위해 애썼던 분들을 격려하고, 교회성장에 매진해 온 분들은 민주화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분들의 공로를 인정해준다면 교회 일치와 연합의 길은 훨씬 더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지금의 기독교 진보·보수 진영들은 누구랄 것 없이 과거의 잣대로 상대를 단정 짓는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파생된 교파주의와 이념의 골은 성도들이 아닌 교회지도자들이 책임져야 할 몫임을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 그것이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길이다.

유명한 독일의 사상가 실레겔은 "역사는 회고하는 예언자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희망은 역사보다 더 앞서고 위대하다. 역사가 희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역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015년이 한국교회 130년 역사에 분열과 갈등을 극복한 희망의 원년으로 기록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