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제언 (4)보혁 소통, 완충지대 설치하라

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제언 (4)보혁 소통, 완충지대 설치하라

[ 특집 ]

손인웅 목사
2015년 02월 10일(화) 14:56

손인웅 목사
덕수교회 원로

 
금년은 우리민족의 분단 70주년이자 광복 70주년이다. 한국교회는 해방 전까지 일제 탄압 속에서도 하나의 교회를 유지하여 믿음을 지켜나가면서 민족의 해방과 독립국가 건국을 위해서 힘을 모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제의 교회말살정책과 탄압으로 교회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해방 후 민족교회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순교자들의 가족과 함께 출옥한 성도들의 가족과 죽지 못해서 신사참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동족을 괴롭혀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친일파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민족의 해방의 감격은 잠깐뿐이고 한국교회는 더 큰 아픔인 교회분열의 비극을 맛보게 됐다.

신사참배 문제로 1952년 고신분열, 성경해석 문제로 1956년 기장교단, WCC가입 문제로 1959년 합동과 통합의 분열의 아픔을 겪게 됐다. 1960년 이후에 분열된 교회와 교단들은 분열의 명분이 없는 인간적인 타락상을 여실히 표출했다. 리처드 리버는 '교회분열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저서에서 교회분열의 근원을 신학적 차이에서 찾지 않고 역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윤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 즉 정치적, 지역적, 문화적, 경제적, 인종적 차이는 상호 배타적인 계급을 형성하고 그 그룹의 신을 따라 교회를 분열케 하였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교회의 분열은 교회의 윤리적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므로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하는 교회의 실패이다. 칼빈도 루터와 쯔빙글리를 화해시키고 교회를 분열하는 것은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사악한 행위로 규정하고 절대로 분열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므로 싸우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간판을 내리는 것이 세상으로부터 그리스도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분열하는 교회들은 철야기도, 금식하며 싸우고 그리스도의 몸을 찢어놓기 때문에 회복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한국교회는 민족성의 특성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일에 공헌하지 못하므로 오히려 민족성을 약점으로 부추겨서 고질적인 한국병인 연고주의에 함몰되어 지연, 혈연, 학연 등으로 분열되고 크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서 보혁갈등을 일으키고 교계와 사회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우리민족은 남북의 분단으로 6.25전쟁까지 치르면서 좌우충돌의 간극이 너무 깊고 커서 지금도 사회 모든 분야가 흑백논리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300여 개의 교파교단으로 나누어진 교계가 크게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대결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치유하고 연합일치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D.M.Z같은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치하여 평화공원을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70% 가까운 보수색깔과 30%정도의 진보세력이 중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사건건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들의 색깔을 더욱 진하게 채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중도적인 완충지대를 구축해 균형자 역할을 하는 목회자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 분열의 아픔을 겪으면서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은 연합일치와 갱신과 봉사로 가는 운동임을 확신하여 모든 교회가 동참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을 비롯한 여러 중도세력들이 강화되고 있다. 특별히 전국 지역마다 초교파적인 연합단체들이 지역의 공동관심사를 위해서 교회의 하나 됨을 힘써 실천하고 있다. 우리 인류는 냉전시대를 청산하고 좌우충돌의 실패를 경험하고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3의 길을 찾아서 달려가고 있다. 극히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며 본질적으로 증오와 적대에 기반을 둔 이념대결의 풍조는 세계대전과 극부적인 국가와 인종간의 전쟁을 통한 많은 피를 흘리면서 통렬한 참회를 했다. 지금은 이념투쟁보다 종교 간의 갈등으로 세계 평화가 깨어지고 있다. 이러한 피 흘리는 비극은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근본주의자들의 잘못된 신앙과 패권주의자들의 종교적, 물리적, 경제적 힘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분노가 전쟁과 테러리즘으로 확산되어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현상의 근저에는 찰스 다윈의 약육강식, 적자생존 이론인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 법칙은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분야와 심지어는 종교계의 목회생태계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인류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되고 생태계 환경도 무너지고 지구촌의 멸망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윈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만 주장하지 않고 공생공존의 법칙도 자세하게 논의하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집단은 숫자로는 곤충이요, 무게로는 꽃피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장 막강한 두 생물집단의 성공비결은 곤충과 식물이 함께 손을 잡고 일하면서 꽃가루받이와 꿀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일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21세기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공생인(Homo symbious)이라고 한다. 공생인은 동료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종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호모심비우스 개념은 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도 공존하지만 모든 사람들과도 함께 서로 유익을 주며 평화롭게 살도록 지음을 받았다(고전 10:33). 이러한 공생공존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라 화해자의 길인 중용지도를 걷고 있다. 우리교단은 세상을 구원하고 하나님의 나라 실현을 위해서 복음적(에반젤리칼)이면서도 에큐메니칼 신앙을 위해서 노력해오고 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가장 바른 길(正道)로 가면서 모든 교회와 함께 연합해서 가야만 생명의 길이 열린다(사 30:21). 동양인들의 중용(中庸)사상은 여러 가지 의견을 다 듣되 합리적 중심을 택하는 것을 위미한다. 이것은 개방적 공론과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교육과 합리적 토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용은 시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소신 있는 합리적 토론문화로 가꾸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용을 중시하는 문화적 유산이 우리에게 강하다면 상호공존의 미래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교회는 진보를 표방하는 에큐메니칼 진영은 극도로 폐쇄적인 게토를 형성한 작은 집단으로 전락하고 보수를 표하는 복음주의 권은 복음의 핵심인 진리와 사랑을 함께 상실한 채 분열과 분쟁을 거듭하여 왔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열린 진보와 열린 보수가 복음과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함으로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동양사상에서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 함은 수시처중(隋時處中)이라는 뜻으로 군자는 때를 따라 '中'에 합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中'이라함은 가장 어렵고 다양한 뜻을 지닌 말로서 중간, 중도라는 뜻을 넘어서 '중심', '핵심', '타당의 극치', '치우치지 않음', '지나치지도 모자람도 없음(無過不及)', '적당하고 알맞음', '적중', '정성을 다함', '최선' 등의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우리교단이 큰 교단이라고 힘자랑도 하지 말고 통전적 신앙으로 한국교회가 가장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겸손히 섬기면서 화합과 소통과 융합의 도를 실천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잘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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