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목요일의 새 계명 : 씻기시고 먹이시는 사랑

<7> 목요일의 새 계명 : 씻기시고 먹이시는 사랑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목사
2015년 02월 09일(월) 19:55

북미 유학 중에 거룩한 주간(고난주간)의 목요일 밤은 언제나 나의 호기심을 자아냈었다. 목요일 저녁에 교회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내게는 진풍경과 같았다. 성 금요일에 교회로 모여 주님의 죽으심을 묵상하던 우리의 전통과는 달리 이들은 목요일 밤에 모여 애찬식, 세족식, 성찬식을 하는 것이다.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로마 가톨릭과 같은 기독교 주류 교단들 대부분이 목요일 저녁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교회들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어떤 교회들은 교회마당에 작은 프랭카드를 걸고 성 목요일 모임을 홍보하기도 하였다.


'Maundy Thursday(세족 목요일)'의 'Maundy'는 라틴어 'mandatum novum'에서 온 것으로 '새 계명'이란 뜻이다. 이것은 요한복음 13장 34절과 관련되며, 주님은 그 새 계명의 상징적 행위로서 세족식을 행하셨다. 이 날 저녁부터 부활절 새벽까지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주님의 고난, 죽음, 침묵, 부활의 전 과정을 묵상하는 '파스칼 3일'이 시작된다.


4세기 말의 암브로스도 파스칼 3일을 언급했고, 세족 목요일도 강조하였기에 이것이 오랜 고대 전통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세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다가 20세기의 예배회복 운동과 함께 다시금 기독교 주류 교단들 속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특징 중 하나는 말씀이 강조된 형태로 목요일 저녁에 행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말씀을 강조한 개혁전통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날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사랑의 식탁(애찬식) / 말씀의 예전 / 세족식 / 중보기도 / 성찬성례전. 또 다른 형식은 사랑의 식탁/ 세족식 / 성찬성례전 / 테니브리(Tenebrae, 가상칠언과 같은 말씀을 읽으며 촛불을 하나씩 꺼나가는 의식)이다.


섬김과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상실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부적인 신앙공동체를 재건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파스칼 삼일을 여는 목요일에, 우리도 함께 모여 주님께서 보이신 '씻기시고(세족) 먹이시는(성찬)' 본을 따라 용서와 화해의 공동체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역사 속에서 세족 목요일은 신앙공동체와의 갈등으로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와 서로 화해하고 사랑과 화목을 다짐하는 공식적인 시간이었다. 사역 중심의 교회 프로그램들로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금 주님의 말씀과 섬김의 모습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간일 수 있다.


세족 목요일 실행을 위한 작은 조언이 있다면, 반드시 모인 사람들 모두 세족식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신청을 받도록 하고, 모인 회중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되 지나치게 드라마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택한 음악이나 장식은 단순하여, 오직 사랑의 주님과 용서와 화해의 성령님께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들이어야 한다.


김명실 목사 / 장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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