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반전 드라마로서의 종려주일-회중 참여 극대화의 기회

<6> 반전 드라마로서의 종려주일-회중 참여 극대화의 기회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목사
2015년 02월 02일(월) 17:44

사순절 여섯 번째 주일은 고난주일인가 아니면 종려주일인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난주일 대신 종려주일이라 칭하는 교회들이 더 많이 있는데 이는 북미를 비롯한 세계교회의 추세이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주님께 환호하던 성경의 장면을 행렬이나 설교를 통해 재현하기에 붙은 별칭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예배문화인가? 아니다. 교회력이 완성되던 4세기 말에 이미 예루살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였던 것을 알 수 있다. 384년, 성지순례를 하던 에게리아라는 여성이 예루살렘의 사순절 문화와 예배들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였는데, 종려주일 행렬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벳바게에서 출발, 감람산을 거쳐 예루살렘 성문에 이르는 동안 불렀던 찬송과 시편교창, 그리고 호산나 외침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종려주일 행렬은 뿌리 깊은 전통을 갖고 있다. 이 역사적인 행렬은 지금까지도 같은 장소에서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종려주일 행진은 세계 곳곳의 지역교회들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재현되며 종려주일 예배를 풍성하게 한다. 예배시작 전에 교인들이 마당에 모여 호산나를 부르며 예배당으로 함께 입장하거나, 찬양대나 어린이들만 입장하기도 한다. 입장행렬이 없더라도 종려주일 관련 찬송으로 예배를 시작함으로 다른 주일들과의 차별을 두기도 한다. 이 입장행렬의 장점은 남녀노소, 장애인, 초신자, 외국인들까지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데 있다. 만일 전교인 통합예배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작은 예배실 안에서도 소박한 행진을 할 수 있어서 교회의 크기나 예산의 유무에 제한되지 않는다. 소철나무 등을 사용해도 손색이 없으며, 악기연주를 포함한다면 더 활기찬 행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종려주일의 이런 축제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개정성서정과(RCL)에는 고난주일 본문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성금요일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개정성서정과는 종려/고난주일을 위한 본문 모두를 제공하여 각 교회가 선택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고난주일을 위해서는 구약과 서신서를, 종려주일을 위해서는 복음서와 시편을 선택한다. 이는 한 주일에 승리의 환호와 배신의 그림자를 병치하여 반전드라마로서의 종려주일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시작은 잔치로 열었지만, 예배가 깊어가면서 고난의 여정이 드러나는 것이다. 물론 십자가 위에서의 고난과 죽음은 아직 증언하지 않는다.


한편, 종려/고난주일의 성경본문들은 너무 익숙해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올 해는 회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각 형편에 맞게 개발하여 보다 감동적이고 참여적인 예배를 기획해보자.

김명실 목사 / 장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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