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제언 (3)연합운동, 이제는 지역이다

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제언 (3)연합운동, 이제는 지역이다

[ 특집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6:48

한경호 목사
횡성영락교회ㆍ강원NCC 총무

 
1961년 5ㆍ16군사쿠데타이후 우리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 하에서 국가발전을 꾀해왔다. 인적, 물적 자원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중앙으로 집중되었다. 이런 정치체제 하에서 대기업중심의 경제개발정책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명생태계의 파괴, 공동체성의 붕괴, 작은 것에 대한 차별과 무시, 지역의 소외와 낙후 등 생명과 삶의 뿌리들이 크게 손상을 받았다.

교회는 이러한 정치경제적 힘의 집중 및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부흥하였다. 교세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에 의해 대형교회들이 출현하였다. 어느새 목회자 성공주의와 교회성장제일주의가 주류로 자리 잡았고, 부흥과 성장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건강한 교회생태계는 파괴되고, 신앙공동체로서의 본질이 훼손되었다. 작은 교회는 무시당하고, 교회는 지역사회와 마을로부터 소외되었다. 개교회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연합과 협력의 에큐메니칼 정신은 경쟁관계로 변질되었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실추되었고, 도덕적, 영적인 권위도 추락하였다. 교세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중앙중심, 대기업,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형할인마트 등 큰 것을 지향하는 정치경제는 권력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이다. 오늘 이 구조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를 조성하여 그 격차를 1:99로 벌려놓았다. 교회 역시 소수의 대형교회와 다수의 작은 교회로 양극화되었다. 대형교회들은 권력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적인 나팔수로 전락하였으며, 분단체제하에서 그것은 반공주의와 결합하여 교회와 사회의 보수반동적 색채를 강화시키고 있다. 교회연합운동을 대표하는 중앙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역시 최근 연합정신이 실종되고, 정치적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시대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와 한국사회는 그간 지속되어온 경제중심, 개발중심, 인간중심의 시대에서 생명중심의 시대로 진입했다. '생명'을 최상의 가치기준으로 삼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유기적이며, 상호의존적이고, 그물망적(web of life)인 존재이다. 그리고 생명계는 자율적인 계(system)이다. 어느 한 부분이 다른 지체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유익을 계속 추구하면 그 생명체는 병들거나 죽게 된다. 손톱에 작은 가시가 끼어도 온 몸이 고통을 겪지 않는가! 중앙중심, 큰 것 중심은 타율적이며 생명계의 원리에 배치되는 소수의 욕망 충족 체제이다.

중앙이 계속 지역의 것을 빼앗아가고, 약화시키면 자신은 공룡이 되지만 결국 모두 죽고 만다. 이 상태를 교정해야 건강이 회복된다. 이 교정의 메카니즘(feedback)을 통해 중앙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옮겨 가는 것은 생명계가 살기 위한 필연적인 현상이요 작용이다.

이것은 이미 정치적으로는 지방자치제의 실현으로 나타났고, 중앙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세계적인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행동과 실천의 중심이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앙과 지역의 관계 역시 지배-피지배, 크고-작음,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평등의 관계로 변화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도 교회성장을 우선하는 주류의 흐름과는 별도로 민중, 노동, 정의, 생명, 평화, 작은 것 등을 성경의 가르침으로 받들고 선지자적 역할을 감당하면서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살려내려는 비주류의 흐름이 있다. 주류가 대도시 중심이라면, 비주류는 대도시의 변두리나 지방, 그리고 농촌이 중심이다. 이 흐름은 1980년대 민중교회운동으로 시작하여 작은교회운동, 생명교회운동 등으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회연합운동의 전통과 뿌리를 갖고 있는 기관은 1924년 장로교와 감리교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우리 교단을 비롯하여 현재 10개 교단이 가입한 교단협의체이며, 1970년대 이후 인권, 민주화, 통일 등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속하는 과제들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전선에 서 있었고, 신학적으로는 진보적 입장을 표방했다. 그리하여 그 노선에 찬동하지 않는 교회와 교단들이 1989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라는 보수적 성격의 연합기구를 창립하였다.

지역의 교회연합운동도 위의 두 기구의 노선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역교회협(지역NCC)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노선을 따라 활동하고 있고, 기독교연합회는 한기총과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지역교회협의 연합운동은 매우 약하다. 대부분 진보적 의식을 갖고 있는 소수의 목회자 들이 중심이며, 교회와 평신도들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토대가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우경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진보적 성격을 띠는 지역교회협의 활동 폭은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지역의 기독교연합회는 한기총의 보수적인 입장을 그대로 추종하는 경향이 있고, 예언자적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있으며, 활동의 내용이 대체로 단순한 편이다. 지역교회 연합운동을 새롭게 살리려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올바로 인식하고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신학적인 토대를 구축하고 활동의 내용들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최근 지역교회협들이 전국협의회를 결성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지역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교회협은 교회협의체의 성격을 띤다. 이단이 아닌 한 모든 교회가 참여할 수 있다. 작은 지역이나 마을 단위에서는 교파를 초월한 연합활동이 크게 어렵지 않다. 현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는 그 토대가 다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지역교회 연합운동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왜 지역인가? 왜 연합인가? 분명한 현실인식을 통해 지역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 본연의 복음적인 활동의 연합을 우선하면서 사회선교의 영역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회 및 평신도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라는 신앙적 동질성과 연대의식을 회복해야 하며, 지역 선교의 목적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는 공통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삶의 현장이 교회를 향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개교회중심주의를 넘어서서 연합운동으로 풀어내야 한다.

지역 중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여 지역교회 연합운동의 새로운 판을 짜야할 때이다. 교회의 생명망을 짜야 한다. 참된 에큐메니칼 운동은 삶을 공유하는 현장인 지역에서, 마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교회,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 생명을 살리는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교회 연합운동의 새로운 물꼬를 터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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