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디아코니아와 손잡다 (4)세계교회의 디아코니아

선교, 디아코니아와 손잡다 (4)세계교회의 디아코니아

[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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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7일(화) 15:44

김옥순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디아코니아학과

 
지난 2013년도에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였다. 이 주제에 대해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디아코니아학 전공 은퇴교수이며 현재 노르웨이 교회봉사국 의장으로 활동 중인 퀴엘 노르드스토케(Kjell Nordstokke)는 2014년에 발표된 그의 논문에서 이 주제는 이미 디아코니아에 대한 관심과 공약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은 정의와 평화는 생명을 살리는 디아코니아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게 아직도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는 디아코니아는 원시교회 공동체 이래로 말씀선포와 함께 교회의 본질요소이다. 특히 종교개혁자들은 디아코니아를 말씀 선포와 성례전과 연관시켜 교회의 본질로 보았다. 칼빈은 말씀과 기도, 성만찬의 나눔과 가난한자 돌봄이 없는 교회를 진정한 교회로 보지 않았기에, 교회 안에 안수집사들을 세워 전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디아코니아 사역을 강조하였다. 현대 디아코니아 신학자 파울 필리피도 디아코니아를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함께 교회의 본질적 표지로 여겼다. 그는 하나님을 섬기는 진정한 예배란 일상적인 삶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디아코니아 활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1983년 벤쿠버대회에서 디아코니아를 '예배 이후의 예배'로 표현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진정한 교회 공동체는 교회 안과 밖에서 디아코니아를 수행하는 디아코니아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독교 전통에 있는 세계교회들은 어떻게 예수의 복음에 기초한 디아코니아 활동을 통해 교회의 통일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기독교의 다양한 교파 회원 교회들로 구성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회원 교회들에게 하나의 신앙 안에서 성만찬적 예배공동체로 일치를 이루며, 복음을 받드는 증언과 신앙적 봉사를 통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가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 속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의 정책 기조는 위기에 놓인 인간을 돌보며, 인간들 사이에 막힌 장벽을 걷어내며, 창조의 보존과 정의와 평화를 위해 개입하는 신앙적 봉사에 놓여 있다. 따라서 회원교회들의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활동은 세계 속에서 기아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자들을 도우며, 가난한 나라 교회들과 파트너로서 돌보며,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긴급구호가 요청되는 지역에 대한 돌봄, 에이즈로 고통당하는 자들에 대한 치료와 예방적 돌봄, 개인과 그룹에게 장학지원 사업 및 자연생태계의 환경보존을 위한 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최초의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는 원시 예루살렘교회가 물질적인 빈곤에 빠져있을 때, 바울의 이방교회공동체들이 모금을 통해 도운 활동은 동일한 복음 안에서 교회 간에 일치를 이룬 화해의 디아코니아였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는 1948년 암스테르담 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디아코니아 분과를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시대적 요청에 따른 디아코니아 정책들을 변화시켜오고 있으며,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제1시기는 1948년부터 1968년 웁살라 총회이전 시기로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분과는 '교회 간에 돌봄과 난민 돌봄'정책 아래서 회원교회들이 연대해서 도처에서 발생하는 시급한 위기 상황에 처한 자들과 난민들을 돌보는 수단과 방법으로 디아코니아 활동을 강화시켰다. 제 2시기인 1968년 웁살라 총회부터 1983년 벤쿠버 총회 이전 까지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의 정책은 교회 간 돌봄의 상호 파트너성을 강조하며, 인권과 사회정의를 위해 세계경제 정의에 대한 구조에 접근하였다. 즉, 디아코니아 실천 속에서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도사린 숨겨진 지배력을 척결하고 양자가 동등한 권리주체가 되는 상호 파트너성이 강조되었다. 제 3시기인 1983년 벤쿠버총회 이후 1998년 하라레 총회 이전까지 디아코니아 정책은 지구화 속에서 자유시장 경제시스템의 약점과 위험성을 극복하는 정치, 경제적 정의와 평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목표로 하였다. 즉, 교회의 디아코니아가 시설이나 기관화될 때, 재정시스템에 종속되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가 시장경제논리에 의해 훼손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성령의 활동을 강조하였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하는 디아코니아는 성령의 능력으로 인간의 물적 지배 욕구를 극복하여 경제정의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제 4시기인 1998년 하라레 총회 이후 2013년 부산 총회에 이르는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정책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순례의 행진을 목표로 하였고, 디아코니아 활동은 빚 탕감의 희년정신이 깃든 경제 정의를 위한 '정의-디아코니아'와 정치적 분쟁지역의 평화를 위한 치유와 화해의 '샬롬-디아코니아'를 강조한다. 정의 없는 자선적인 디아코니아 활동은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저해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을 고백하는 교회와 신앙인은 디아코니아 존재로 살아야 한다. 신앙의 실천인 디아코니아는 복음선포와 신앙인들 사이에 교제를 통한 일치의 힘에서 성장한다. 교회가 봉사를 수행하는 디아코니아 공동체라면, 봉사영역은 교회 공동체를 넘어 지역사회와 지구 전체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오늘날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는 지구 전체에 거하는 피조물을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기준으로 세계교회 공동체가 연대해서 실천해가야 한다.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의 과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선적인 돌봄 행동을 넘어서 정의와 평화 위한 노력에 참여하는 연대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은 우선적으로 디아코니아를 교회의 본질로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한국교회는 디아코니아 공동체를 위해 개별적 신앙인의 디아코니아 활동뿐 아니라, 디아코니아 전문성을 가진 기독교 사회복지사 인력을 양성해서 교회 공동체 안과 지역 사회 속에서 돌보도록 해야 한다. 현대 사회 상황 속에서 사회 경제적인 구조로 인해 고통당하는 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해 예언자적 정의의 디아코니아와 제사장적 화해의 디아코니아를 함께 실천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디아코니아 활동을 디아코니아 신학에 기초해서 사회정의, 평화와 생명을 살리는 돌봄으로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차원에서 한국교회는 교리가 갈라놓은 교파와 분파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적인 디아코니아 활동으로 교회 일치의 실마리를 만들어 가야한다. 또한 민족의 통일을 위한 남북한 화해의 디아코니아를 수행하며, 마지막으로 교회 연합기관 안에 디아코니아 분과 활성화를 통해 형제 자매 사랑의 활동이 지구 전체 영역에 까지 미치도록 세계교회들과 함께 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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