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밋빛 사순절, 사순절에도 기뻐할 수 있다!

<4> 장밋빛 사순절, 사순절에도 기뻐할 수 있다!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목사
2015년 01월 19일(월) 15:44

사순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40일의 원칙은 누가 정한 것인가? 사순절이 다가오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단순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일을 포함한 46일의 긴 시간이 목회적으로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는 불편함에서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40일'이라는 첫 공식적인 기록은 4세기 니케아 공의회 기록에 나타나며, 이 숫자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던 기간과 관련된다.


그렇다면 사순절은 반드시 엄격한 회개의 분위기여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 금식과 자기절제는 경건에 유익하지만, 사순절의 긴 시간을 모두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서방교회 전통은 모든 주일이 '작은 부활절'이기에 사순절 기간이라도 주일들에는 금식을 하지 않도록 명했으며, 심지어 사순절 중간지점인


네 번째 주일을 '기쁨의 주일'이라고 칭하며 마치 부활절 리허설이라도 하듯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음악으로 예배를 시작하였다.


이 날엔 사순절을 대표하는 칙칙한 자줏빛 보라색 대신에 부활과 생명의 상징인 흰색을 섞어 만든 장밋빛으로 예배 공간을 장식하고, 성직자들의 예복도 장밋빛으로 변화를 주었다. 또한 장미로 강단 꽃 장식을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날을 '장미 주일'로도 부른다. 부활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리며 사순절의 남은 시간도 힘을 내도록 격려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전통은 로마 가톨릭, 성공회는 물론 루터교를 비롯한 몇 몇 개신교 교회들 속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금식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해 사순절 동안 절제되었던 많은 신앙적 잔치들을 열어 마음껏 먹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원기회복(Refreshment) 주일', '보살펴주는(Mothering) 주일'이라는 별칭들도 갖게 되었다. 주일예배와 함께 혹은 후에 결혼식을 진행하여 더욱 기쁘고 풍성한 주일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전통 성서정과에서는 이 날을 위한 복음서로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이 선택되었기에 '오병 주일'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이처럼 사순절 동안에도 다양한 기쁨의 예배와 잔치들을 통해 사람들의 생체리듬을 살피고 봄의 기운을 담아내려는 목회적 지혜들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장미주일을 지킬 필요는 없지만, 사순절의 목적이 금욕과 자기절제를 율법적이고 강박적으로 실천하는데 있지 않음을 상기해야만 한다.


사순절의 목적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더 크고 깊게 체험하는데 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교회에서 점 점 약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순절의 전통들을 유지하면서도 그 전통 속에 담긴 목회적 지혜들을 찾아 얼마든지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현대적 접목을 시도할 수 있다.

김명실 목사 / 장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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