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정과, 그 목회적 유익들

성서정과, 그 목회적 유익들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2>

김명실 목사
2015년 01월 05일(월) 18:03

주일예배나 매일기도회 등을 위해 미리 정해진 성경본문을 사용하는 것을 '성서정과(렉션너리, lectionary)'라고 한다. '렉션너리'라는 말은 미리 정해놓는 체계를 의미하는 '성서정과'나 정해진 성경의 장절이나 본문을 담고 있는 책자를 뜻하는 '성구집'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성서일과'라는 말도 있지만 '정해진 본문'이라는 뜻의 성서정과가 가장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성서정과가 특정 주제를 위해 인위적이고 획일적으로 선택된 본문이기에 시대성과 현장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과 성서정과가 제시하는 많은 성경본문들은 목회활동으로 바쁜 목회자들에게 비현실적이라는 부정적 견해들이 있었다. 게다가 실제 예배 속에서 성경봉독 시간이 너무 길어져 비실용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성서정과는 오히려 그러한 우려들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독교 예배의 훌륭한 유산이다. 성서정과의 전통은 유대교회의 회당예배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예수님도 이 전통에 따라 회당에서 성경을 읽으셨다(누가 4:16-17). 325년 니케아공의회 이전에 이미 특정 교회력을 위해 지정된 성경본문들이 있었고, 4세기 크리소스톰의 설교는 이 제도가 당시에 널리 실행되었음을 증명한다. 고대의 성서정과는 서유럽의 각 지역들에서 다양하게 발전하다가 9세기 초에 표준화 과정을 거치며 1년 과정의 로마교회의 공식적인 성서정과로 재탄생하였고, 제 2 바티칸 예배개혁 전까지 사용되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구약, 시편, 서신서, 복음서의 말씀이 모두 균형 있게 읽혀졌지만 언제나 복음서가 그 중심이었다.


제 2 바티칸 예배개혁을 거치며 로마 가톨릭교회가 3년 주기의 성서정과(1969)를 출판하였고, 영어권 개신교 교회들도 3년 주기의 공동성서정과(1983 출판, 1992 개정)를 발행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3년 주기의 성서정과의 모델이 1940년에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만든 2년 주기의 성서정과라는 것이다. 당시 스코틀랜드 교회는 영국교회가 지켜오던 대부분의 성자축일들을 배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와 관련된 교회력 전통만을 회복하며 성서정과를 개발하며 다른 개신교 진영은 물론 로마가톨릭 교회에게까지 큰 도전을 주었던 것이다.


성서정과의 사용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그 목회적 유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성서정과에 기초하여 예배를 준비한다면 그 날의 설교, 기도, 찬양 등이 서로 통일감을 갖고 연결될 수 있으며, 회중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성경 전체의 통전적 관점들을 만날 수 있어 보다 감동적인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또한 회중들이 다양한 성경본문들을 직접 읽을 경우에 21세기 기독교 예배의 핵심어 중 하나인 '회중의 참여'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서정과의 사용의 가장 큰 이점은 설교자의 설교준비를 보다 효과적이게 한다는 것이다. 신학적으로 또한 역사적으로 검증된 본문들이기에 본문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는데 훨씬 효율적이며, 성서정과 사용을 위한 많은 국내외 자료집들이 있어 목회자의 연구를 보다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성서정과를 사용하여 덤으로 얻게 되는 유익이 있는데 이는 목회자 상호 간의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성서정과의 본문들을 함께 혹은 분담하여 연구하고 묵상한 후 서로 공유함으로써 목회자들은 더 풍성한 지식과 영성을 얻을 수 있게 되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회중들에게 큰 유익으로 돌아온다.

사순절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예배와 설교, 그리고 기도회 등을 준비해야하는


목회자의 마음이 결코 가벼울 수 없을 것이다. 성서정과 사용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그리하여 보다 깊고 풍부한 사순절 영성을 준비하도록 하자.

김명실 목사 / 장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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