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종(鐘)소리

듣고 싶은 종(鐘)소리

[ 논단 ]

박화섭 장로
2014년 12월 16일(화) 16:13

박화섭 장로
부총회장ㆍ삼각교회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 1970년도 초에 '새마을 운동'이 시작 되면서 누구나 다 불렀던 노래 가사다. 그 당시 어렵고 가난해 개인 시계가 흔치 않았던 시절, 유일하게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이 '새벽종' 곧 '교회 종소리'였다. '교회종 소리' 덕분에 새벽에 일어날 수 있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준이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만큼 부흥 발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새벽종' 곧 '교회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세계에 유래 없는 부흥 성장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1990년 소위 '소음 진동 규제법'을 제정 했는데, 교회의 종소리도 규제대상이 됐고, 결국엔 거의 사라지게 됐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휴대전화가 누구에게나 보급돼 시간 체크에 어려움이 없는 편리한 세상이 됐지만 은혜로운 종소리만은 다시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교회종 제작 전문가인 조병헌 장로(성음종 대표)는 "지금도 유럽에서는 교회마다 아무런 탈 없이 수백년 내려온 전통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유럽에서 교회종의 크기와 소리의 음향에 따라 교회 부흥도 다르다는 것을 현지 답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조 장로는 유럽을 다녀온 후 '교회의 종소리가 과연 소음 진동 규제법에 저촉이 되는가'라는 질의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했더니, 1999년 7월 '교회의 종소리는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한 마을의 여러 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종소리를 울리때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심각한 민원만 제기되지 않는다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능성을 놓고도 현재 순수하게 교회종(강대상종 포함)을 제작하는 업체가 한 두 곳만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회종을 치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유럽에서는 교회종 크기와 소리의 음향에 따라 교회 부흥도 다르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세계에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정말 크고 대단한 종이 있다. 바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레물린 광장 인근에 석재 받침대로 고여 놓은 '황제의 종(차르의 종)'이다. 이 종은 러시아 황제들의 '차르의 종'가운데 세 번째로 만들어진 종으로서, 1701년 두 번째 황제의 종을 화재로 잃은 후, 계속되는 혼란을 거듭하자 알렉세이 미하이로비치 황제의 미망인이 된 안나 이바노브 왕비가 1730년 다시 항제의 종을 202톤 에 달하는 대종으로 만들라고 이반 마또리니에게 명령한다. 명을 받은 이반은 아들과 함께 청동을 녹이는 4개의 화로를 건설하고, 지하 10m 깊이로 땅을 파고 지상에는 임시 건물을 세운 뒤, 주조를 수차례 했으나 매번 실패하자 화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부친을 잃은 아들 이반은 연속 실패 끝에 5년만인 1735년 11월 종틀을 완성하고, 종 표면에 그림을 넣는 작업을 끝냈으나, 1737년 5월 최종적으로 틀에서 종을 꺼내지 못한 상태에서 나무 틀에서 불이 나고 말았다.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려고 윗부분의 주입구로 물을 부었다. 그런 순간 종이 갈라지며 14톤 크기의 조각이 떨어졌고, 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2.1m 크기의 틈이 생겼다.

종은 틀에서 분리돼 결국 땅 아래의 구덩이 속으로 다시 떨어져서, 땅 속에 묻힌채 약 100년 간 방치 된다. 만들었으나 그 과정에서 망가져 100년 간 방치되다가 지난 1836년 여름, 마침내 프랑스 건축가 오거스트 드 몸페랑드에 의해 '차르의 종'은 돌 받침대 위에 놓여 졌다. 종의 무게는 자그만치 202 톤이고, 높이는 6.14m, 지름은 6.06m이며 깨진 조각의 무게가 14.1톤이라고 한다. 신기한 것은 파란만장했던 러시아 역사 속에 황제의 종을 현재 장소에 안치한 후에 러시아 역사도 차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선가?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70여 년 동안 공산화되었던 러시아가 다시 회복되면서 기독교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을 우리는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종루에서 울리지 못한 실패한 종이지만, 기독교 신앙으로 다져진 러시아에서 황제의 종은 재난과 전쟁, 유사시를 알리는 경고성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이 종소리를 듣는 모든 이에게 임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소리가 멀리 멀리 울릴수록 나라를 이끄는 왕의 권위를 함께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로 보건데, 보통 종은 주석(朱錫) 함량에 따라 특성이 크게 좌우 됨으로, 소리의 공명(共鳴)이 중요한 종을 만들때는 다소 많은 22%의 석(錫)을 함유한 청동을 사용한다. 큰 종을 만든다는 것은 고도의 기술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큰 종일수록 그 합금 비율과 모양, 울리는 공명, 예술적 형태가 잘 융합 되기 때문에, 깨진 '황제의 종'을 결코 예사롭게 볼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믿음과 신앙이 주님이 원하시고 바라시는 절묘한 합금 비율로 빚어지고 만들어져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울리는 종(鐘)이 돼야 할 것이다. 합금 비율이 틀리면 깨지거나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겉모양은 좋아도 이상한 소리가 나는 종이 될수도 있다. 세상이 교회를 비난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종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12월,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나심을 알리는 '성탄의 종'이 되어 탐욕과 물질만능 주의에 빠져 있는 세상에 생명을 살리고 '그리스도인 복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널리 멀리 퍼지듯, 교회 노회 총회가 조화와 화합과 소통과 일치의 비율이 잘 맞아 하나님의 복음이 울려 나기를 소원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